마음이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림 - 김주희 작가님의 <동백꽃>
[국어사전] 생그레 : 눈과 입을 살며시 움직이며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웃는 모양
나를 표현해주는 말이 뭐가 있을까? 아이디 대신 사용할 별명을 정해야 할 때면 항상 고민이 되었다. 나를 잘 표현해 주면서도 흔하지 않은 어떤 것으로 하고 싶은데 마땅한 것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솔직히 "웃는 얼굴"도 장점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었다. 친구들이 그림으로 그리기 쉬운 얼굴이다, 웃을 때 눈이 없어진다고 하는 말을 다 놀리는 것으로만 들었었는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내 웃는 얼굴을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제서야 그런가보다 했다. 아이들도 내가 항상 웃어준다고 좋아한다.
그래서 웃음을 나타내는 말을 찾다가 생글생글 웃는 모양을 부사어로 표현한 "생그레"를 찾았다. 사전에도 있는 말이지만 커뮤니티에서 별명으로 많이 사용되지는 않아서 딱 마음에 들었다. 브런치 작가명 외에는 주로 "생그레"를 쓰고 있다.
관계를 이어가고 유지하는 것이 서툴러서 그렇지 내가 첫인상은 좋은 편이다. 웃는 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리고 강아지 상이라는 말, 착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친근해 보여서 초면에 다가가기 쉽다고 느끼는 것 같다.
가끔은 너무 잘 웃어서 불편한 점도 많았다. 아무도 안 웃는데 혼자 빵 터지는 민망한 경우라든가, 웃긴 이야기를 한다면서 자기가 웃어버려서 재미 없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감정을 감추는 게 잘 안 돼서, 우울이 찾아오면 표정이 굳어버리니 내 생각에는 그냥 무표정인데도 웃다가 안 웃으니까 사람들이 화났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항상 웃고 있으니까, 나를 처음 봤을 때는 내가 웃는 것이 가식인 줄 알았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나라는 사람을 겪어보니 가식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하는 소리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그런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는 서운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와 나를 돌아보니 가식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애써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진심이라고 나 자신까지 속이며 합리화했었지만, 그 때의 나는 분명히 얼굴은 웃고 있어도 마음으로는 웃고 있지 못했던 때가 많았다. 가짜 웃음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미움 받기 싫어서 일부러 더 착한 척했던 나. 지금 돌아보니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가짜 웃음을 짓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더 좋아해주는 일이 허락되지는 않았다. 웃는 얼굴 뒤에 감추어야 했던, 나 자신에게조차 홀대 받았던 나의 감정들을 돌아보고 버리고 나니, 참 후련했다.
웃음이라는 게 꼭 눈과 입으로 표정을 지어보여야 웃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수련 명상을 하고 나서 나는 눈물뿐 아니라 웃음도 줄었다. (사람마다 달라요) 더 이상 억지 웃음을 짓지 않게 된 것이다. 대신 언제나 마음으로 활짝 웃고 있다.
실없이 웃던 아이에서 조금은 무게가 생긴 느낌이 든다. 여전히 잘 웃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할 말이 없을 때 어색함을 무마하려 웃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할 말이 없어도 별로 어색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웃을 때는 진짜로 즐거워서 웃는다.
헤헤. 마음이 바뀌면 얼굴도 바뀐다. 가끔 거울을 보면 흐리멍덩해 보이는 내 얼굴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요즘은 아주 똘망똘망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없는 마음은 얼굴로도 드러나는 것 같다. 지금은 무엇을 해도 자신 있다!
겉으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으로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얼굴도 아름다우면 더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