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낀 한국과 캐나다, 그리고 일본의 각각 다른 고유의 영적 에너지들
캐나다 동부,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자연의 힘이 압도적인 곳이다. 섬 전체가 바다와 돌, 나무, 풀로 둘러싸여 있고, 인구가 적어 사념체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자연과 깊이 연결되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지만, 동시에 자연의 거대한 힘에 압도당하기도 쉬운 곳이다. 나는 이 섬이 마치 도깨비터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곳의 자연은 독특한 에너지 패턴을 가진다. 나무들은 같은 숲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개별적인 에너지를 방출하며, 각자의 고유한 필드를 형성하고 있다. 서로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마치 각 나무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숲 깊은 곳에서도 각 나무들은 서로의 영역을 철저히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는 독립적인 성격을 느낌을 준다. 이런 나무들이 모여 있는 숲은 한편으로는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을 주면서도, 그 속에 흐르는 힘은 자유로우며 거대하고 단단하다. 이곳에서 나는 자연의 강력한 힘을 느끼면서도, 개인적인 안정과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의 나무들은 이와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숲에 들어서면 나무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나무들은 개별적으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의 뿌리와 에너지가 강하게 얽혀 있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작용하는 것 같다. 이들은 독립적이기보다는 집단적인 에너지 속에서 존재하며, 각각의 나무가 서로를 보완하면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는 한국의 큰 산을 오를 때마다 이 집단적 에너지를 강하게 느끼곤 한다. 특히 무교에서 신성시되는 산에서는 이런 느낌이 훨씬 더 강해지며, 나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관료제적인 질서가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특히 고속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면, 이 강렬한 집단적 에너지가 더 크게 느껴진다. 나무들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에너지를 지닌 것이 아니라, 숲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내게 다가오는 것 같다. 자연 속에서도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 흥미롭다. 캐나다는 개인주의와 독립성이 자연에서도 나타나는 반면, 한국의 자연은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집단적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집단적 에너지는 자연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서도 느껴진다.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도 이 강한 연결성과 집단적 무의식을 감지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 깊이 뿌리내린 요소이며, 자연 속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자연과 인간 사회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힘을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강한 에너지는 때로는 나에게 무거운 부담감을 주기도 했다. 나는 비행기에서 대한민국 영토의 상공을 바라보면 항상 묘한 느낌을 받는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어떠한 신성한 기운, 신적인 느낌이 상공 위에 아주 많이, 강하게 느껴진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영적이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는 그 순간부터 좀 다른 느낌의 아주 밀도 높은 영적인 에너지에 압도되는 기분이 든다. 상공에서 느껴졌던 순수하고 가벼운 느낌의 신적 파동보다는 어떻게 보면 인간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의 기운들, 그리고 사람들이 내뿜는 사념체도(사념체는 확실히 무겁다) 지상에 빽빽히 차 있는 것이 느껴져 몸이 매우 무거워진다. 사념체는 둥글게 자기들끼리 모이고 뭉치는 특성이 있는데, 특히 일본에 있을 때 이런 느낌이 훨씬 강해져, 나는 예전에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어깨 위로는 손을 올리지를 못해서 항상 같이 간 일행이 옷 입고 벗는 것을 도와주어야 했다.
가끔 도로를 걷다가 어떤 곳을 보면 분명 땅이지만 텅 빈 검은 구덩이처럼 느껴지며 발아래가 보이지 않는 느낌을 주는 곳들을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에너지 자체가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흐른다기보다는 고이거나 정적인 느낌을 주는 게 많았던 것 같다. 마치 섬 밖과 안의 밀도나 중력이 다른 듯, 그것을 거스르는 힘보다는 유지하려는 것이 강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또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본토의 느낌과 오키나와는 또 살짝 다른 부분이 있다. 같은 일본이지만 떨어져 있고 류쿠왕국으로 따로 존재한 시절이 있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샤머니즘적은 느낌이 매우 강하다. 특히 오키나와는 섬을 지키는 힘, 자연의 신적 느낌이 본토와는 많이 다른 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오키나와에 갈 때는 어깨가 아팠던 적은 없었다. 일본의 에너지는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훨씬 무겁고 강한 것들이 더 많이 있기에 길게 머물 때는 나에게 정신적 불안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최근 들어 나는 이 땅의 울림을 더욱 깊이 느끼고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새와 깃털들이 묘하게 눈에 밟히기 시작하며, 그러다 문득 어떤 것들을 알아보아야 한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10월에 접어들며 땅과 바다의 에너지가 크게 요동치듯 달라짐을 느끼게 되었고 캐나다 동부의 대지가 간직한 오래된 이야기 조각들이 언뜻 언뜻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땅에 먼저 살았던 영혼들의 기억이 땅과 돌과 하늘과 바다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그들은 자신을 대자연의 주인이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땅을 거래한다는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흙에 손을 가만히 대고 눈을 감으면 자연과 함께를 넘어서 완전한 일부로 살았던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잊혀져선 안되는 메세지가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큰 북소리처럼 둥둥 전해져 온다. 그럴 때는 순간적으로 이명과 함께 귀가 머는 느낌이 들며 이 적막의 세상에서 오직 이미지와 느낌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덕분에 나도 더 많이 비워내고 끊어내고 깊어져야 하는 시기에 도래했다. 힘들어도 그저 감사할뿐이다.
https://www.sunmyunghann.com/portfolio-1/breath-of-the-land/manifest-series
https://www.sunmyunghann.com/portfolio-1/the-labradorite/radiate-s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