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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an 04. 2019

스물 아홉, 계획 없이 퇴사하다.

대책 없는 인생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괜찮을리가 없지. 괜찮았다면 애초에 이런 질문을 하지도 않았을 테니깐. 회사를 다니면서 이 질문이 뇌 어딘가에서 튀어나왔다면, 당신도 슬슬 고민이 아닌 행동이 필요한 시기리라.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흔히 찾아온다. 퇴사 생각이 간절하다고? 정상입니다~♪ 회사를 사랑하며 다니는 사람이 신기하지, 퇴사하고 싶은데 억지로 다니는 사람은 드물지 않다.


 내가 퇴사를 고민한 이유는 질문에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문이 무려 세 개나 된다.


Q. 대체 나는 이 회사에서 무얼 얻고 있는가? 

Q. 지금 하는 일로 나는 역량을 쌓고 있는가? 발전하고 있는가?

Q. 나는 행복한가?


 하다 보니 어영부영 이 일, 저 일 다 맡고 있는데 그 어느 하나 행복한 일이 없었다.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 인생 노잼시기라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이 떠나서. 신데렐라 꿈을 꿀 정도로 감히 철이 없거나 어리진 않다지만 적어도 이런 삶을 바란건 아니었는데. 매일 매일 내가 나를 죽이는 기분이었다. 당장 다음달 카드값 때문에 회사를 다니는 내가 참 밉고, 밉고, 미웠다. 


 속으로 곪아간다고 느낀지 4개월 정도 지날 때 즈음 사건들이 뻥뻥 터졌다. 내가 저지른 자잘한 실수들이 모여 일을 그르칠 만한 상황을 야기했다. 내가 유일한 담당자다보니 해결도 스스로. 눈 뜨는 순간 맨 먼저 드는 생각은 

도망가고 싶다
 

 출근길에 큰 도로가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도로 위 차들에게 빌고 있더라. '제발 한 놈만 와서 나를 쳐주련?' 잠자기 직전까지 귀에 여러 사람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퇴근하는 길에는 고터가 어찌나 탈출구같던지

 커다란 실수를 간신히 해결했다, 싶으면 다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음... 더 솔직히 밝히자면 실수라기보다, 커뮤니케이션 역량 부족으로 만든 사태 악화다. 몇 달을 참아주시던 팀장님이 세 번째 상담을 시도했다. 나 또한 바보는 아닌지라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는 게 그나마 내 면이 선다는 걸 눈치챘다.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퇴사를 들이밀었고 그로부터 한 달 후로 마지막 날짜를 기약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 타이밍에 말한 건 참으로 잘한 일이다.


 꽤 많은 인재들이 삼 년을 채 못채우고 퇴사한다 들었다. 저마다 사연은 달라도 그들이 가진 질문들 또한 내 질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다. 특히 돈이 급해서 입사한 나같은 미련천치들이라면 더욱. 


  당장 며칠이 지나면 서른이고, 게다가 난 여자고, 그간의 커리어 또한 조각보마냥 조각 조각이다. 가만히 내 링크드인 프로필을 보다 보면 내가 미쳤나 싶은 생각도 든다. 요새같은 청년실업율 고공행진 시기에 나는 대체 무슨 베짱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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