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일상 - 꼬인 목걸이 줄이 가르쳐준 것

by 조카사랑

J는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었다. 성격이 급해서 뭔가를 오래도록 집중해서 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특히 꼬인 줄 같은 걸 마주하면 더욱 그랬다. 차라리 가위로 잘라버리거나, 비싸지 않다면 아예 새로 사는 편을 택했다. 덩치는 작지만 힘이 센 탓에 줄을 풀다가 끊어뜨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늘 언니들이나 차분한 친구들에게 SOS를 청했다.


그런데 유일하게 J가 직접 나서서 푸는 줄이 있었다. 바로 큰 조카의 목걸이 줄이었다. 이 목걸이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조카가 대학생일 때 J가 선물해 준 것이었다. 1학년인지 2학년인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평소 멋을 부리지 않는 조카를 위해 큰맘먹고 골라준 선물이었다.


세월이 흘러 J는 언제 그 목걸이를 선물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졌다. 하지만 조카는 달랐다. J와 여행을 갈 때면 꼭 그 목걸이를 목에 걸고 나왔다. 자신의 선물을 소중히 여기는 조카를 볼 때면, J는 마치 자신이 존중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카는 매일 그 목걸이를 착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목걸이 줄이 자주 꼬여 있었다. 그럴 때마다 조카는 당연하다는 듯이 J에게 목걸이를 건넸다. 성격도 급하고 손재주도 없는 J에게 매번 부탁하는 조카도 의아했지만, 신기하게도 J는 매번 그 꼬인 줄을 풀어냈다.


이번 서울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KTX역 대기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조카가 또다시 꼬인 목걸이를 내밀었다. 그 목걸이를 본 J의 첫마디는 "아직도 이걸 가지고 있나?"였다. 그만큼 반가웠다. 색이 조금 바래서 세척이 필요해 보였지만, 펜던트의 보석 하나도 빠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 많이 꼬였네?' J는 속으로 생각하며 줄을 살펴봤다. 기차 시간이 10분도 남지 않았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자칫 급한 마음에 줄이라도 끊어질까, J는 줄을 살살 달래듯 흔들며 하나씩 풀어나갔다. 잘못된 방향으로 풀어서 더 꼬일까 봐, 제대로 풀리는지 한 번씩 확인하면서 천천히 작업을 이어갔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마지막 매듭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못하겠다고 할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성격 급한 자신에게 목걸이를 맡긴 조카를 생각하니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한 번만 더 해보자.' J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줄을 살살 흔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했다.


"짜잔! 나 잘하지?"

J가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조카도 웃기 시작했다. 그 순간 J는 깨달았다. 자신이 왜 조카의 목걸이 줄만은 풀 수 있는지를.


조카는 절대 J를 재촉하지 않았다. J가 다 풀 때까지 끝까지 기다려 주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기차 시간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나중에 하자"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게"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무 소리 없이 J가 하는 일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 덕분에 J는 조금 더 집중해서 꼬인 목걸이 줄을 풀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J가 경험한 것은 바로 '기다림'이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행동이 빠릿빠릿하지 못하다고 잔소리를 한다. 무엇이든 빨리 움직여야 하고,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살아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제대로 기다려 주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 '빨리빨리' 때문에 잃어버린 재능은 또 얼마나 많을까? 느리다는 것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닐 텐데 말이다.


조카와의 평범한 일상에서 이런 뜻하지 않은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J는 조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조카는 J의 아집과 독선을 막아주는 방패 같은 존재였다. 그런 조카에게 부끄럽지 않은 고모가 되고 싶었다. 조카가 보여준 기다림처럼, J도 이제 누군가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어가는 법을 배워가고 싶었다. 어쩌면 이런 작은 깨달음들이 조금은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건 아닐까 하고 기대해 본다.


#공감에세이 #기다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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