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야단법석(惹端法席) 가족여행

- 내 집이 최고야!

by 조카사랑

얼마만의 가족여행인가? 코로나 이후에 여행를 거의 안했으니 거의 5년은 되었지 싶다. 그래도 1년에 한두번은 꼭 숙박을 하는 여행을 갔었는데 말이다. 못난 자식들 덕분에 우리 부모님은 호강하신다.(부모님 말씀이다) 잘난 아들은 나라의 자식이고, 못난 자신은 내품의 자식이라고, 작은 오빠도 나도 미혼이라 부모님까지 4명이서 놀러를 많이 간다. 처음엔 작은 오빠랑 나랑 부부냐고 그래서 짜증이 났지만 하도 많이 들어서, 이 나이에 굳이 변명하는 것도 웃겨서 이젠 그러려니한다.


큰 오빠가 통영 마리나리조트를 예약해 줘서(올해 지나면 포인트가 없어진다고! 그래도 나는 좋다) 몇주전부터 약속도 안잡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부모님 두분다 80세가 넘으셨고, 어머니는 갈비뼈 3대가 부러진 후 아직 몸이 완전히 낫지 않으셔서(어른들 화장실 가실때 조심하세요!) 정말 드라이브만 하고 오자는 심정으로 갔다.


그런데 그럴 때 있지 않나? 바빠 죽겠는데 신호등 다 걸리고, 큰 맘먹고 쇼핑갔는데 백화점 휴일! 이번 여행이 그랬다. 간만에 여행이라 너무 들떠서일까?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차타고 10분뒤! 어머니가 화장실을 찾으신다. 변비약을 드셨단다. 나이들면 어쩔 수 없는게 변비라지만 오늘 여행가는거 뻔히 아는데 왜 드셨는지 모르겠다. 이건 참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다. 빨리 화장실을 찾아야 한다. 근처 주유소가 어딨지? 관공서 문연 곳은 없는가? 집으로 다시 가야되나? 다행히 근처에 자주 가는 단골 가게가 있다. 휴 다행이다!


자, 그럼 이제 출발해 보자! 그런데 5분뒤! 이번에 아버지가 화장실이 급하시단다. 엥? 식사때 반주로 막걸리를 드시는데 오늘따라 한잔 남은 막걸리가 어찌나 아쉽던지 그걸 다 드셨단다! 얼굴이 과하신게 평소보다 많이 드신 것 같긴 하다. 미치겠다! 단골 가게로 돌아갈 수도 없고, 주유소! 주유소! 빨리 네비부터 봐봐!


"5분은 참을 수 있어요?"

"몰라!"


대답이 너무 쉬운거 아닌가요? 작은 오빠의 운전이 위태롭다.


"오빠야, 천천히 가자! 정 안되면 집에 다시 갔다 가면 되니까 천천히!"


우리나라 주유소는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이다. 이 법 만든 사람 진짜 대통령 시켜줘야 한다. 이렇게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크다니! 두번째 위기도 잘 넘겼다.


그래도 집에 다시 안간게 어디냐? 이제 고속도로 올리자! 고속도로 올리고 10분! 이젠 쌍으로 난리다. 근처에 졸음 쉼터도 없는데, 가까운 시외버스정류장에 가도 화장실이 없다. 어쩔수 없이 가장 가까운 톨게이트에 내렸다. 톨게이트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건물에 들어갔다. 휴~~


다시 고속도로로 갈려면 회차해야 한다. 여긴 회차구간도 없네! 국도로 갔다가 다시 고속도로로 올렸다. 평소 30분 걸릴 거리가 1시간 반이 걸렸다. 통영까지 2시간! 벌써부터 지쳐온다.


고속도로는 휴게소도 있고 졸음쉼터도 있다. 이제 좀 편하게 가겠지! 그런데 이번엔 네비가 이상하다. 이 길이 아닌데? 왜 이길로 알려주지? 고속도로를 잘 가다가 창원에서 국도로 가란다. 네비설정이 최단거리인지, 최단시간인지 모르겠지만 이상하다. 국도는 화장실을 찾기 힘든데! 에이~ 국도로 가다가 고속도로로 가라하겠지. 갔다. 계속 국도다. 두 분이 또 시작이다. 빨리 주유소 찾아봐라! 다행히 최근에 생긴 휴게소가 있다.


1시 10분! 2시간 반 거리가 4시간이 걸렸다. 배도 고프고 지치기도 하고! 통영 여객선터미널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어짜피 2시 입실이니까) 눈앞에 목표점이 있으니 맘도 편하다. 1인당 2만원의 해물정식! 내가 먹어 본 해물정식 중 최고다! 일찍 식사를 마친 나는 바다 근처로 가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림을 배우고부터 생긴 습관이다. 어딜가나 풍경 사진을 남긴다. 괜찮은 사진은 나중에 그림으로 그려볼까 해서!(한번도 그린 적은 없다)


2시 입실! 2시 3분에 갔는데 대기번호가 60번이다. 무슨! 부모님을 의자에 앉히고 큰오빠 신분증을 찾았다.


"어??신분증이 없다!!"

"뭐라고? 잘 찾아봐라"

"없다! 차에 없나?"

"니 아까 받아서 주머니에 넣어잖아?"

"주머니에 없다! 신분증 없으면 못들어가는데"

"식당에 전화해봐라"


나는 식당에 전화하고, 작은 오빠는 식당 근처로 다시 운전해서 갔다. 식당에 신분증이 없단다. 그 난리를 치고 여기까지 왔는데, 신분증이 없으면 못들어 가는데, 오늘 진짜 뭔 날인갑다. 전화가 울렸다. 작은 오빠다.


"전화 좀 받아라! 신분증 찾았다. 니 사진찍는 자리에 있더라!"

"내 사진찍는 자리는 어떻게 알았는데?"

"니가 밥먹고 나갔잖아. 그때 보이데!"


둘이 합해서 100! 다행이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다들 지쳐서 낮잠부터 잤다.


오후 5시 반에 주섬주섬 다들 일어났다. 저녁은 먹어야지! 저녁 6시가 되니 어둡다. 낯선 해안길이라 운전도 위험해 보인다. 점심을 너무 잘 먹어서 그런지 다들 저녁 생각도 없단다. 그냥 피자시켜 먹자! 피자 가게를 검색했다. 통영마리나리조트 피자 배달!! 피자 가게가 나온다. 방문포장 40% 할인이라네! 가는 길에 있으니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네비야, 부탁혀!


근데 없네? 여기가 아닌가? 맞는데? 이런 폐업했다!!! 다른 피자 가게가 있다! 처음보는 상호다. 그냥 들어가서 치킨 시켜먹자! 결국 그날 저녁은 리조트에서 치킨 한마리 시켜 먹고 땡!!!


다음 날 아침 8시에 전부 기상했다. 리조트 편의점에서 사온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을 먹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어디 들러야 되지 싶어 어디 갈지 물어봤다. 케이블카도 싫단다, 배타는 것도 싫단다! 그럼 집에 가자! 통영 바닷가에서 회라도 먹어야 안되나 싶었지만 회는 우리 동네가 더 낫단다. 집 도착 12시!! 동네 마트에서 모둠회와 아나고회를 사서 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결국 1박 2일 통영가서 한 것이라곤 1인분 2만원 해물정식 먹은 게 전부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2만짜리 해물 정식을 먹은게 맞을까?


숙박료 + 기름값 + 톨게이트비 + 점심값 + 치킨값 + 라면 + 햇반 + 기타 등등


도대체 우리는 1인분에 얼마짜리 해물 정식을 먹은 것일까? 이렇게 야단법석 가족여행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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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사진은 남았다! -

# 멋지게 나이들기를 꿈꾸며, 오늘의 경험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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