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파란만장 나의 하루! 그래, 이 정도면 되었다!

by 조카사랑


아침부터 차키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 업무가 바뀌어서 인수인계도 해야 되고 짐도 옮겨야 된다. 그런데 차키가 없다. 가방안 항상 같은 위치에 두는데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집에 다시 갔다. 내 책상위에도 없다. 도대체 어딜 간거지? 결국 가방에 있는 물건을 전부 뒤집고서야 찾았다. 작은 파우치 밑에 깔려 있었다. 이런~ 집에까지 올 필요 없었는데!


갑자기 느낌이 싸하다. 이거이거 오늘 하루 종일 이러는 거 아니겠지? 아닐거야!!!



겨울이 되면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출근할 때 해뜨는 걸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차키 찾는다고 늦었지만 출근하면서 보이는 일출은 정말 장관이다. 그래 차키 찾는다고 늦은게 대수냐? '매일 보는 일출도 매번 이렇게 멋진데 오늘 나의 일상도 이처럼 멋있을거야'라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차키 사건은 잊어버리자!!



공부하기전 책상 청소는 국룰이지! 역시 집정리도 이사를 가야 가능하다고 하더니 사무실 책상 정리도 자리가 바뀌니 가능하다. 옆 자리 직원이 키보드 소리가 신경쓰인다고 했더니 소리안나는 키보드를 사줬다. 나는 이런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역시 젊은 세대는 다르다. 아까워서 차마 개봉을 못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이 선물은 써야지 뭘 아껴두냐고 폭풍 잔소리를 한다. 결국 개봉해서 컴퓨터와 연결했더니 땟깔이 난다. 역시 도구가 중요해!



첫눈이다. 야근하고 직장 정문을 나오는데 눈이 내리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이런 눈을 보는 건 흔치 않은데! 이정도의 눈이면 좋다. 쌓이지도 않고, 도로가 얼어붙지도 않고! 그래도 내일은 조금 일찍 출근해야겠다. 혹시나 도로 상태가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


주자장에 있는 차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업무가 바뀐 첫날! 책상에 앉아 업무메뉴얼만 봤지만 몸 쓴일을 한 것처럼 온몸이 무겁다. 정신적 피로가 컸나보다. 빨리 일을 배워야겠다. 체력이 버티질 못하겠다.


"음~ 차키가 어디있지?"


아무리 뒤져도 차키가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도 이놈의 차키는 속을 썩이더니! 이번에는 가방을 뒤집어도 차키가 없다. 생각해보자! 점심먹으러 가면서 주머니속 차키가 거추장스러워 어디 던졌는데(?) 그게 어디였는지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마 책상 정리하면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겠지? 다시 사무실로 가서 30분 가까이 뒤졌지만 결국 못 찾았다.


에라 모르겠다. 더 찾을 기운도 없다. 집에 예비키 있는데 뭐! 그동안 몇번이나 잃어버렸지만 계속 돌아왔다. 내일이면 돌아오겠지! 첫눈의 감흥은 이렇게 달아나버렸다. 택시 타고 가야겠다. 설마 눈온다고 택시가 없는 건 아니겠지?


택시가 왔다. 그저께 한잔하고 탔던 택시 기사분이다. 먼저 알아보신다.


"며칠전에도 여기서 차 타지 않았나요?"

"예! 맞아요!"

"아, 그날 정말 운이 좋았는데! 손님 내려주고 그자리에서 콜 받아서 ○○까지 갔었습니다."

"예? 그러면 괜찮은 건가요? 올 때 빈택시로 오시지 않나요?"

"그래도 남죠! 그날 거기서 또 손님 모시고 왔어요. 그런 날이 있거든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손님이 연결되는 날! 그런 날은 일하는 재미도 나고 일할 맛이 나는데 그날이 그랬어요!"


다행이다. 나는 그날 속이 상해서 친구랑 한잔한건데 내 덕에 누군가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다니 조금 위로가 되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택시가 서고 내리기 위해 차 뒷문을 열었다. 내가 아직 내리지도 않았는데 아저씨 한 분이 앞자리에 타신다! 이건 뭐지? 택시 기사님과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저씨의 기대에 찬 표정이 즐거워 보인다. 오늘도 손님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 탈래나?


그래! 그러면 되었다. 내 기분이 별로라고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별로일 필요는 없다. 어짜피 차키를 잃어버렸다해도 예비키가 있으니 괜찮다. 눈이 와서 내일 아침 운전하는 게 신경쓰였는데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버스 타고 출근하면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이정도로 하루가 마무리 되어서 다행이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회사일을 실수한 거 아니니까! 혹시 또 잃어버린 차키가 돌아올 수도 있고! 파란만장한 나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 멋지게 나이들기를 꿈꾸며

# 오늘의 경험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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