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차키가 어디있지?"
아무리 뒤져도 차키가 보이지 않는다. 이놈의 차키는 아침에도 속을 썩이더니! 가방을 뒤집어도 차키가 보이지 않는다. 점심때 주머니속 차키가 거추장스러워 어디 던졌는데? 사무실로 가서 30분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집에 예비키가 있어야 될텐데! 결국 택시를 불렀다.
어? 아는 얼굴이네? 그저께 한잔하고 탔던 택시 기사분이다. 기사분이 먼저 먼저 알아보신다.
"며칠전에도 여기서 차 타지 않았나요?"
"예! 맞아요!"
"아, 그날 정말 운이 좋았는데! 손님 내려주고 그자리에서 콜 받아서 ○○까지 갔었습니다."
"예? 그러면 괜찮은 건가요? 올 때 빈택시로 오시지 않나요?“
"그래도 남죠! 그런데 그날은 거기서 또 손님 모시고 왔어요. 그런 날이 있거든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손님이 연결되는 날! 그런 날은 일하는 재미도 나거든요"
J는 며칠전 친구와 한잔 한 날을 떠올렸다. 업무가 바뀌고 속이 상해 몇 년만에 한잔한 날이었다.(J가 받은 업무는 J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 하는 업무였다. 한번도 J와 같은 직급의 직원이 같은 업무를 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술먹자는 말을 하지 않는 J였지만 그냥 집에 들어 갈수가 없었다. 둘이서 신세 한탄을 한다고 결국 제법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J는 신나서 말씀하시는 기사님을 보며 조금 위로가 되었다. 그래! 그러면 되었다.
‘내 기분이 별로라고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별로일 필요는 없으니까.’
사람에게 받은 상처 사람에게 치유된다더니 오늘 J가 딱 그 경우였다.
택시가 멈추고, 내리려고 문을 열었을 때, 앞좌석 문이 열리며 아저씨 한 분이 탔다. 콜을 부르려다 택시가 서는 걸 보고 바로 타신 것 같았다. 택시 기사님과 눈이 마주쳤다. 기사님의 기대에 찬 표정이 즐거워 보인다. 기사님, 부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