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일상- 기계치가 성장하는 방법
“또 뭐 망가뜨렸어?”
J는 늘 자신은 ‘기계치’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아래아한글은 전문가처럼 다루고, 엑셀은 팀 내 해결사였다.
“엑셀 막히면 J한테 물어봐.”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그녀가 ‘기계치’일 리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늘 뜻밖에서 시작된다. 첫 출근 날, 전화를 받으려던 순간 화기와 함께 본체가 통째로 딸려왔다. 전선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했고, 전화기는 바닥에 산산조각이 났다.
“전화 받기 싫으면 말을 하지, 왜 전화기를 부숴?”
사무실은 웃음바다였고, J는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숙였다.
그 이후로도 이상하게 그녀 손만 닿으면 기계가 고장 났다. 복사기는 멈추고, 프린터는 종이를 씹고, 컴퓨터는 정지했다.
하지만 그러한 실수도 감당 가능한 수준이였고, 고치는 데도 큰 문제가 없었다. AS는 가능했고, 예산도 그 정도는 허용됐다. 고장은 일의 흐름을 끊긴 해도, J의 성장을 멈추게 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J는 끊임없이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혹시 고장날까 봐, 혹시 혼날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하고잽이 J’는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오늘 아침, J는 일주일 치 작업 파일을 휴지통에 통째로 버렸다. 전임자에게 물었고, 과거 파일도 참고했지만, 결국 찜찜하던 부분에서 오류가 났다. 다시 시작해야 했다. 완전히. 처음엔 자책이 앞섰다.
‘그럼 그렇지… 괜히 잘 풀리는가 싶더라니.’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상사에게 제출하기 전이잖아. 다행이지 뭐.’
J는 작게 중얼였다.
“나는 늘… 딱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사고만 친다니까.”
이제 J는 알고 있다. 완벽한 일처리는 반복된 실수 끝에 도달하는 경지라는 것. 그리고 중요한 건 완벽보다, 다시 시작할 용기라는 것. J는 고장난 파일 대신, 새로운 문서를 열었다. 이번엔 천천히, 조심스럽게.
J는 또 한 번 자랐다. 매번 그렇게 자라왔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