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일상 - 평균이 말해주지 못하는 것

by 조카사랑

J는 ‘평균’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그 단어엔 안정감이 있었다. 기준이 잡히고, 균형이 생기고, 어딘가에 중심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공부든, 키든, 성적이든 ‘평균’이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평균만 되어도 안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하지만 어느 날부 J는 그 단어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평균의 함정’이라는 개념을 들은 이후부터였다. 키가 140cm인 사람과 180cm인 사람이 있다면, 그 평균은 160cm다. 하지만 그 평균이 두 사람을 대표할 수 있을까?


얼마 전 J는 업무 연찬회에 참가했다. 2024년 1월 발표된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통계 자료를 예시로 든 강사는 남성 평균 수명 86.3세, 여성 평균 수명 90.7세라고 말해줬다. 그런데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이는 오히려 90세 전후였다는 것이다. 이른 사망자가 전체 평균을 낮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61세에 퇴직한 사람은 거의 30년을 더 산다는 뜻이다. 직장생활만큼의 시간을 다시 직장 없이 살아가야 한다니. 삶의 뒷부분이 그렇게 길 줄은 몰랐다고, J는 그날 조용히 충격을 받았다.


며칠 뒤, J는 직장 동호회의 볼링 정기전에 참여했다. 두 게임을 쳤다. 첫 게임은 91점, 두 번째는 146점. 평균은 약 120점.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 점수는 ‘거의 절대’ 실제로 나오지 않는 수치라는 것을. 늘 들쭉날쭉했다. 그 평균은 실제가 아닌 숫자의 허상일 뿐이었다.


회계쪽 일을 하는 J는 숫자에 속지 않으려 애쓴다. 통계가 얼마나 허수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어느 쪽도 평균을 닮지 않기에, 평균은 실제가 아니라 착시라고.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잘 나갈 때도 있고 바닥을 칠 때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이다. 좋은 날에 자만하지 않고, 나쁜 날에 무너지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사이를 걸어내는 태도.


그래서 J는 ‘실력’이란 평균 점수가 아니라, 좋은 날과 나쁜 날 사이를 포기하지 않고 견디는 태도라고 믿는다. J는 평균을 ‘숫자’가 아니라 ‘태도’로 보기 시작했다. 숫자는 흔들리지만, 태도는 쌓인다. 그 태도가 쌓여서 실력이 되고, 결국 삶의 결이 된다.


"나는 평균 사이를 견디며 살아낸 날들의 총합이다."


여러분의 삶의 평균은 어디에 있는가? 그 평균은 진짜일까? 아니면 극단의 착시가 만들어낸 숫자의 마술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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