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2 러닝_천천히 달릴수록 오래간다
페이스, 심박수, 존 트레이닝(Zone Training), 존(Zone) 2 러닝, LSD(Long Slow Distance), 케이던스....
달리기를 막 시작했을 때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각종 러닝 용어들이었다. 왜 하나 같이 다 영어이며, 설명을 들어도 알듯 말듯 어려운 개념들 뿐인 건지. 혈혈단신, 멘땅에 헤딩 중인 런린이에겐 좀처럼 익숙해지기 어려운 단어들이다. 오늘은 그중 내가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존 2 러닝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존 2 러닝이란 심박수를 기준으로 나눈 운동 강도 구간 중 하나로, 최대 심박수의 60~70% 정도를 유지하며 달리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심박수 120~140 정도가 존 2 구간에 해당된다고 하는데, 초보자의 경우 걷기만 해도 심박수가 140을 넘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카페인 섭취나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심박수에는 오차가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게다가 나처럼 워치 없이 뛰는 경우에는 심박수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여 난감하다. 이때, 심박수 말고도 존 2 구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대화'다. 달리면서 옆에 있는 사람과 세 마디 정도의 대화를 주고받는다고 가정할 때, 숨이 조금 차오르지만 대화는 가능하고, 땀은 맺히지만 숨이 넘어갈 것 같지는 않은 상태가 유지된다면 그게 바로 존 2 상태. 쉽게 말해 달리기 끝나고 뭐 먹을 거냐는 친구의 질문에 짧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존 2, 숨이 차서 고개만 끄덕이게 된다면 이미 존 3 이상이라는 것이다. 모름지기 운동이란 땀은 더 많이 흘릴수록, 숨은 더 거칠수록 뭔가 제대로 한 것 같이 뿌듯해지는 그런 것 아닌가? 그런데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천천히 뛰는 것이 달리기 훈련에 도움이 된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동안은 속도를 올리는 데 주로 마음이 가 있었다. 5km를 평균 6분 30초 페이스로 달리는 게 지금의 나로서는 최선임을 알지만, 욕심은 늘 앞서서 언젠가는 5분대에 진입해 보고 싶다는 목표를 품었다. 그런데 속도를 내려고 욕심을 부릴수록 금방 지치고, 뛸 수 있는 거리는 오히려 짧아졌다. ‘나는 왜 늘 제자리걸음일까?’라는 답답함이 커져갈 무렵, 무릎 부상으로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뛰지 못하는 대신 영상을 찾아보며 달리기를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는데,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존 2 러닝이었다. 빠르지는 않아도 안정된 페이스로 1시간 이상 달릴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심폐 체력과 지구력을 길러준다는 원리가 너무나 신선했다. 게다가 부상으로 약해진 다리와 위축된 마음을 다독이며 다시 시작하기에 딱 좋은 훈련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급하지 않게, 오래가자”라는 다짐과 함께.
존 2 러닝의 가장 큰 효과는 지구력 강화다. 빨리 달릴 때는 몸이 탄수화물을 주 에너지로 쓰지만, 천천히 달릴 때는 지방을 태우는 쪽으로 몸이 바뀐다. 그래서 체지방 연소에 유리하고, 무엇보다 장거리를 버틸 수 있는 ‘연료 효율 좋은 몸’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덕분에 오랫동안 달려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기 쉽다. 다만 문제는 재미가 덜할 수 있다는 것. 속도가 안 나다 보니 답답하고, 심지어 ‘내가 지금 운동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은 순간도 올지 모른다. 하지만 훈련의 기본이란 늘 지루함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존 2 러닝도 결국 꾸준히 쌓여갈 시간과 성실의 힘을 믿어야 한다.
나처럼 존 2 러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걷기와 달리기를 섞어서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2,3 분 달리고 1 분 걷는 식으로 호흡을 가다듬다 보면 어느 순간 ‘숨은 차지만 대화는 되는’ 적정한 나만의 존 2 속도를 찾을 수 있다. 이때 거리를 목표로 하기보다 시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오늘은 20분 동안만 존 2로 간다”라는 식이다. 이렇게 몸에 익혀 두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내가 지금 존 2에 있구나’ 하고 감이 온다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을 수 있다면, 스마트워치가 없어도 존 2 러닝은 충분히 가능하다. 달리면서 대화가 가능하다면, 또는 노래 후렴구 한두 줄을 부를 수 있다면 존 2 구간에 있는 것이다. 체감 난이도로는 10점 만점에 4~5점 정도, “조금 힘들긴 하지만 이대로 1시간은 뛸 수 있겠는데?”라는 느낌이 들면 오케이. 결국 가장 정직한 도구는 몸의 신호다.
빠르게 달리는 순간은 짜릿하다. 고강도 인터벌 훈련 또한 나같이 10 km 마라톤을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훈련 방법이다. 하지만 천천히, 꾸준히 달리는 인내심은 오래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들어 줄 것이다. 존 2 러닝을 하다 보면 답답하고 초조한 순간도 오겠지만, 그 속도를 견디고 꾸준히 차곡차곡 체력과 지구력을 쌓아나가다 보면 비로소 장거리 완주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는 조급해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려고 한다.
“느리게 가는 게 결국 제일 빠른 길이다.”
오늘도 나는 무쇠소녀단을 꿈꾸는 길 위에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달린다.
<오늘의 운동 기록>
- 만 보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