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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allim Mar 07. 2022

주방에 문패를 만들어 달았다.

나만의 살림 시그니처 : 주방 문패

밤새 고이 접어둔 하루를 조심스레 펼치며 주방으로 향한다.

아침 살림은 주방 창문의 블라인드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블라인드 옆 상부장 아래쪽에 얼마 전 만든 주방 문패가 견고하게 달려있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문패라니… 설핏 웃음이 날 테지만 내 살림의 시그니처를 가지고 싶었다.

종이케이스에 드라이플라워와 식탁보 끝에서 떼어낸 수술을 조합해 빗자루를 표현했다.

한편에는 플라워 문양의 마그네틱을 붙여 해와 달처럼 연출했다.

밤낮으로 살림을 애정하는 내 마음을 담았다.


과거 문패는 어느 집 대문에나 걸려있었다.

대문에 자신의 이름 석자가 새겨진 문패를 다는 것은 삶의 큰 목표를 이룬 것과 같은 자부심을 갖게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개인정보보호를 중요시하다 보니 문패라는 물건은 조금은 생경할 수 있다.

그런 문패를 주방에 달았다.

집안을 가족과 공유하며 살아가지만 주방만큼은 예외인 듯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다.

사소한 저마다의 습관들이 집안 곳곳에서 부딪히지만 주방만큼은 그 갈등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듯 나의 권한이 크다.

매일 쓰고 아끼는 살림살이들이 어김없이 제자리에 있다.

유독 유리와 도자기 용품을 좋아하다 보니 반찬통과 그릇은 투명하거나 화이트 컬러로 준비되어 있다.

상부장을 열고 가지런하게 정돈된 그릇들을 필요에 맞게 하나씩 꺼내며 생각한다.

이 공간에 내 취향을 담아 오늘 하루도 찬찬히 살아가야겠다고.


주방에 문패를 달고 나서 살림에 유독 더 눈길과 손길이 가는 건 사실이다.

나만의 시그니처 살림을 하고 있다는 괜한 자부심이 살림을 향한 애정을 더욱 부추긴다.

가족들이 알아주는 살림을 하기 전, 내 스스로가 뿌듯하고 사랑스러운 살림.

나는 그런 살림을 오늘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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