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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선 Sunny Apr 07. 2022

봄이 왔다. 조금 더 평화를 느낀다.

ep.102 Kings of Convenience - fever

 

안녕하세요.


봄이면 유난히 찾게 되는, Kings of Convenience 노래와 함께 오늘의 수플레를 씁니다.


매년 벚꽃이 피자마자 꽤 무거운 비가 쏟아지곤 해서, 겨우내 살아남은 벚꽃만 봤는데 오늘 집 오는 길에 보니 방금 막 핀 벚꽃이 풍성하더라고요. 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함께 가라앉았던 기분이 팝콘 같은 벚꽃과, 따스한 빛을 만나면서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지금이 KOC 노래를 찾아 듣기에 딱 좋은 시즌 같아요. 부드러움 음색과 감미로운 기타 소리는 봄이라는 존재가 노래를 부른다면, 딱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거든요.


노래에서 전해지는 봄의 기운이 읽는 분들께도 고요하게 닿기를 바랄게요. :-)



"몸과 마음에 평화를 기도드립니다."


휴가를 떠나려고 숙소를 예약하는 도중 낭만적인 인사를 만났다. 일상 언어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누군가를 접하는 건 정말 운이 좋은 일이다. 문장에 예민한 편이기도 하지만, 그냥 하는 보통의 언어에 정성을 들이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내 몸과 마음에 평화를 기도를 해주신다니, '평화', '기도'라는 단어가 어색하면서도 온 몸에 전율 오르게 감사한 표현이다.



전쟁과 평화, 보다는 고요와 평화

그러고 보면 '평화, 평안, 평온'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을 좋아한다. '평화'는 전쟁과 자주 붙는 단어지만, 나의 세계에서는 많이 무겁진 않다. 아직은 지극히 개인적인 평화에서 그친다. 마음의 불안이 적고 개미 한 마리 없을 것 같은 고요한 순간을 만났을 때야 비로소 아 평화롭다! 하며 감탄한다.


사회초년생부터 협업하는 사람들과 업무적 커뮤니케이션 후, 마무리 인사는 항상 '평온한 저녁 되세요,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였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 '구글에서 메일 인사하는 법, 마무리 인사하는 법'을 검색하곤 했는데,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가 건넨 "평온한 저녁 보내세요"라는 말에 반해 그 이후로 나의 인사가 정해졌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멋드러진 말보다 더 와닿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 속 이진에게 닿은 희도의 응원과 펜싱칼처럼. 그 말은 상대에게 전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위로하는 말이 되었다. 말 한마디로 당신과 나의 평화로운 시간을 빌어주는 것, 나에게는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평화라는 단어는 나에게 거창하지는 않다. 다만, 머리가 크면서 원인 모를 불안감, 아무런 큰일도 없고 잘못도 없지만 어디선가 공기처럼 스며드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있다는 걸,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낀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더 자주 나의, 당신의 평화를 바라왔던 것 같다.



예진문 님의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p/Cb-aTY5p23r/)


 때는 내가  원하지도 않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껴야 하나, 억한 심정에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종이  장에 모든 상황을 정리해보며 불안감의 원인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불안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 모든 불안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잘하든 못하든 불안은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이고  감정에 굴복할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서로 자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생각나는 대목)


(또 어울리는 노래가 생각이 나서!)

파라솔 - 베개와 천장


불안은 언제나 머리에 숨어
웃어보려 할 때 내 속에 스며
참기 힘든 생각에 둘러싸여
베개와 천장 사이에 떠 있네



지금은 불안과 자연스레 친해지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불안감에 잠에서 일찍 깨어났을 때, 억지로 잠들기보단 일기를 쓰며 나 자신과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영어 표현인 'Peace of mind'를 자주 되뇐다. 요가와 명상도 해보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고 몇 가지 자기 확언도 만들어본다.



나마스떼 "당신과 내 안의 신성한 빛에 경배합니다"

불안과 결코 헤어질 수 없다. 감정을 느끼는 한, 모든 세상을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이상. 나뿐 아니라 모든 인간은 불안을 놓고 살 수가 없는데 그 불안을 잦아들게 만드는 힘이 평화와 평안을 전하는 한마디에 있다고 생각한다. 평화, 평안을 느끼는 순간을 자주 만들어주기. 다른 사람에게도 더 자주 표현하기. 마음의 불안이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에, 자주 평화를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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