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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써니 May 23. 2016

영웅과 혁명가를 필연적으로 죽게 하는 국민성

아기장수 우투리와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금과 탐관오리들이 백성들을 종처럼 부리던 시절, 아기장수 우투리는 평민의 아들로 작은 날개를 달고 태어났고 힘도 장사였다. 영웅을 낳아 기르면 온 가족과 집안에 화가 된다고 생각한 부모는 아기를 직접 그들의 손으로 죽여버린다. 다른 변이형에서는 죽지 않고 자란 우투리가 관군에게 부모가 고문당하자 순순히 잡힌다. 그리고 부모에게 자신이 죽은 후 좁쌀, 콩, 팥 등과 자신을 묻어주고 3년이 되는 날 억새풀로 바위를 갈라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투리가 살아있단 소문에 불안해진 왕이 채근하자 부모는 결국 우투리가 한 말을 이실직고하고 만다. 왕과 군사들이 억새풀로 바위를 가르자 바위 아래 콩과 팥을 군사로 키운 우투리가 억울함에 눈을 부릅뜨고 있었고 곧 그들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사흘 밤낮을 산 속에서 천마가 울다가 냇물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백성들은 우투리가 살아있다고 믿는다.

 우투리는 윗몸, 윗도리 등을 뜻하는데 우두머리, 대장 등의 의미를 가진다고 추측된다 한다. 아마도 대다수 민중이 기다리는 혁명가나 영웅을 폭넓게 지칭할 것이다. 두뇌와 용기 모두 뛰어나고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민중을 사랑한다. 그가 달고 나온 날개란 일반 백성과 차원이 다른 지략과 담력, 재능 등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배층에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가 두렵지만 정확히는 그로 인한 피지배층의 결집. 그로 인한 힘이 두려운 것이다. 그런데 우투리을 제거하기 위해 지배층이 선택한 방식은 매우 교활하고 지능적이다. 바로 가족을 괴롭히는 것이다. 부모를 데려와 고문하고 괴롭히니 천하의 우투리도 어쩔 수 없다. 팥, 콩은 뭉치면 커지는 민중의 저력을, 억새풀은 민중의 생명력을 의미한다.

우투리는 이것들로 지배층과의 승부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그는 민중을 너무 믿었던 것이다. 민중은 그를 믿지도 지켜주지도 못했다. 민중은 너무 어리석고 약하고 겁이 많았다. 아마도 민중을 상징하는 것 같은 우투리의 부모가 3년에서 하루 모자란 날 관군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는 설정은 바로 이러한 민중에 대한 안타까움을 의미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자랄 때는 임꺽정, 홍경래, 전봉준 등이 떠오르며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학창시절, 이미 민주화가 되어 있었고 여기 나오는 탐욕스럽고 교활한 지배층은 이미 지나간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어른이 되어 학생들에게 우투리를 가르칠 때는 우투리를 그렇게 보내버린 민중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눈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분이 영웅이라고는 쉽게 말할 수 없지만 영웅과 혁명가의 중간 정도에 있지 않았을까, 비록 성공 못했지만 그 어디쯤을 지향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쩌면 그는 실패한 영웅이나 혁명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왜 늘 어째서 성공한 영웅이나 혁명가만을 원하는가. 우리에게 그런 자격이 있는가. 영웅이나 혁명가를 성공하게 만드는 것은 반은 민중의 몫이 아닌가. 어떻게 하는지 보자는 심보로 조그마한 흠이라도 눈에 띄면 못 잡아먹어 안달을 하다 결국 기득권에 넘겨주고 마는 이런 후진 국민성을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영웅도 혁명가도 필연적으로 죽게 만드는 우리 민중의 이런 국민성은 이렇게 설화에 남아있을 정도로 뿌리깊다. 그리고 그 분이 돌아가신지 어느덧 7년이 지났고 많은 분들이 그 분을 추모한다. 하지만 그 분을 추모하면서도 마지막 선택은 잘못이었다며 폄하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하지만 그런 당신들은 무엇을 했는가. 기득권이 교활하게 가족을 이용하여 그 분을 몰락으로 이끌 때 왜 믿지 못하고 함께 돌을 던졌는가.


 그는 얼마든지 잘먹고 잘사는 기득권층이 될 수 있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용감하게 싸웠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죄송합니다. 믿지 못해서,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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