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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Aug 18. 2022

월평이면 족하지게

9 소원이 하나 있다면

옥춘 할망의 집에는 토요일이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은 다름 아닌 손녀 순희였습니다. 제주시에 사는 순희는 서귀포시에 사는 할머니를 주말마다 보러 왔습니다.

 옥춘 할망이 게이트 볼 스틱을 닦고 또 닦고 있는데 순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습니다.

“할머니, 이 막대기로 딱 치는 거지요?”

순희는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보여주던 게이트 볼 이야기를 찰떡같이 기억하고 물었습니다.

“하하. 한번 해 볼려?”

“오늘은 근데 할머니가 아왜낭 거기 가자고 했잖아요.”

옥춘 할망은 순희가 올 때마다 월평 마을을 보여주었습니다. 옥춘 할망도 어릴 때 할머니가 시골을 구석구석 구경시켜 주곤 했거든요. 어릴 때 할망이 했던 것처럼 옥춘 할망도 똑같이 순희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어요.

“오늘은 아주 신비로운 얘기를 들려줄 게다. 집을 나가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죽 내려가면 아왜낭이 하나 딱 남아있지. 나머진 소나무로 바뀌었지만.”

“아왜낭은 나무인가요?”

“그것부터 말해야겠구나. 아왜낭은 아왜나무라는 말이란다.”

“이름이 참 특이해요. 뭔가 비밀이 담겨있을 것 같아요,”  

“아왜낭은 우리 월평마을을 지켜주는 고마운 나무란다.”

순희의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순희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여기 월평마을은 달의 정기를 받고 있는 곳이지, 그런데 그 좋은 기운이 바다로 빠져나갈까 봐 월평 마을 사람들은 걱정이 많았단다. 그래서 오래전에 조상들이 아왜낭을 심었지. 우리 마을을 지켜달라고 말이야.”

“나무가 마을을 지켜준다고요?”

“그렇단다. 아왜낭은 가장 신성한 곳이고, 가장 소중한 곳이지. 그리고 할머니가 요즘 제일 많이 찾는 곳이지.”

순희는 아왜낭 옆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게이트 볼 장을 보며 함께 웃었어요.

“할머니, 그럼 아왜낭에서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져요?”

“그럼 그럼. 이제껏 우리 마을을 이렇게 든든하게 지켜주었잖니.”

순희는 옥춘 할망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눈을 꼭 감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커다란 아왜낭 그늘에서 순희와 옥춘 할망은 잠시 쉬며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옥춘은 한 손에는 게이트 볼 스틱을, 한 손은 순희의 손을 잡고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여기는 제주에 관광 온 사람들이 찾는 올레길 7코스 이기도 하지. 우리 순희가 다리에 힘이 많이 생기면 함께 걷자꾸나.”

“할머니 그때까지 무릎 튼튼해야 해요.”

옥춘 할망은 게이트 볼 스틱을 허공에 휙 날리며 말했습니다.

“게이트 볼은 월평에서 가장 열심히 칠걸.”

“딱!”

“딱!”

순희와 옥춘은 아왜낭 쉼터에서 까르르 웃었습니다. 옥춘은 순희가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순희가 소원을 빌 동안 옥춘도 아왜낭을 보고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습니다.

“올레길을 다 자란 순희와 꼭 걷게 해 주세요.”

깡 언니가 게이트 볼 스틱을 들고 아왜낭을 지났습니다.

“순희야 심판 좀 봐줘. 한 게임 할까?”

"시합이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순희가 가장 먼저 게이트볼 장으로 후다닥 달려갔습니다. 두 할망은 천천히 게이트 볼장을 향해 걸었습니다. 돌담에 핀 다육이가 한 뼘 더 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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