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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Aug 22. 2022

월평이면 족하지게

10 마음이 다했다

게이트볼 시합 날이 되었습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해가 날름날름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습니다. 강정팀은 시작부터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지난번 시합 때 졌던 강정팀은 오늘은 반드시 이기겠노라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강정팀이 지난번에 공을 거의 바깥으로만 돌리다가 게이트 3 앞에서 시간이 다 끝났었지?”

“우리가 1점 차이로 겨우 이겼었죠”

“아마 이번엔 그렇게 안 할 거야.”

“과감하게 공을 안으로 몰 거 같아요.” 

“상대공 볼을 잡는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공을 연결해 주자고!”

“우리 공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키자 이 말이죠?”

왕 할머니가 전략을 말하자 할머니들이 척척 알아들었습니다. 옥춘과 화순 할머니도 긴장하며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작전을 잘 기억하고 경기에 임하기로 했습니다.

“차렷!”

“경례!”

“반갑습니다!”

월평팀은 선공팀 홍색 볼이었습니다. 강정팀은 후공 팀 백색 볼이었습니다. 홍볼 1번은 삼자 할머니가 맡았습니다. 1번 공이 1번 게이트를 시원하게 통과했습니다. 시원한 통과로 월평 응원단이 신났습니다. 

딱! 

삼자 할머니가 연이서 2번 게이트 쪽으로 추가 타격을 했습니다. 

 백 볼 2번 공 선수가 1번 게이트볼을 통과시키고 한껏 기운을 몰아 날렸습니다. 2번 공은 하얀 선 쪽으로 힘차게 굴러가더니 아우트 라인을 넘었습니다.

“아웃만 피하자니까!”

강정팀 주장이 선수에게 다그쳤습니다. 전략대로 되지 않아 얼굴을 붉혔습니다. 강정팀 공은 라인 주변으로 줄 서 있었습니다. 홍볼 사이사이 백 볼이 끼어 있으니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월평팀 3,5,7,9번 공이 차근차근 1번 게이트를 통과했습니다. 빨간 공 4,6,8,10번 공도 아슬아슬 1번 게이트를 통과했지만, 2번 게이트 앞에 머물렀습니다.

 팽팽한 전략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2번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 한 강정팀 공은 걸림돌이 되어서 걸쳐 있었습니다. 

“저 공만 조심해서 게이트 뚫고 나가면 돼!”

왕 할머니는 선수들에게 차분하게 응원을 해 주었습니다. 월평팀은 장애물을 보고 거리에 맞게 힘 조절을 했습니다.

딱.  

 월평팀의 공을 강정팀이 아웃시켰습니다. 월평 응원단의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왕 할머니는 매의 눈으로 꼼꼼히 살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순서를 머릿속에서 그렸습니다. 드디어 활약이 시작되었습니다. 

딱.

앞에서 게이트와 멀어진 월평팀 선수들의 빨간 공을 스파크 타격으로 게이트 쪽으로 하나하나 시원하게 쳐냈습니다. 솔이는 그렇게나 멋진 할머니의 모습을 처음 보아서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이제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월평팀의 청일점 이장님은 3번 게이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월평팀의 공을 보고 거리 조절을 했습니다. 

딱.

아!

강약을 조절하여 공을 쳤지만 안타깝게도 이장님 공은 아웃이 되었습니다. 

지켜보는 월평 주민들은 끝을 알 수 없는 경기를 보며 쫄깃쫄깃 떨렸습니다.

“이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

“게이트볼은 신기하게도 칠 때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때그때 잘 풀어 나가야 하지. 그래도 왕 할머니가 잘 이끌어 나가니 승산이 보여.”

 강정팀은 월평팀의 공을 자꾸 멀리 보냈습니다. 월평팀은 어떻게든 공을 게이트 3번 쪽으로 다시 끌고 왔습니다. 

“월평 잘해라! 힘내라 월평!”

 왕 할머니는 서로의 눈을 보며 응원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강정팀은 속닥속닥 마지막 전략을 짰고, 월평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지난번과 같은 전략을 짠 강정팀의 수는 월평팀의 눈에 선명하게 읽혔습니다.

 탄식과 기쁨이 교차하던 경기의 마무리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왕 할머니와 삼자 할머니는 드디어 골폴을 맞추기로 눈빛 교환을 했습니다. 

딱.

 땀을 쥐게 하던 하는 타격 소리가 지나고 결국 17과 13으로 월평팀이 경기에서 이겼습니다. 솔이는 좋아서 하늘을 날 듯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최고! 월평이 이겼다!” 

 월평 마을 응원단은 경기 내내 열심히 응원을 하느라 목이 다 쉬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경기 흐름 때문에 보는 재미가 가득했고, 한숨을 쉬었다가 다시 환호를 보냈습니다. 

 마을 응원단은 준비해 온 커다란 통을 꺼냈습니다. 얼음을 띄운 쉰다리가 넉넉했습니다. 

“이 맛이 그리웠네.”

월평 게이트볼 팀은 서로를 축하하였습니다.

“우리가 합을 맞춘 세월이 얼만데.”

“그렇지요. 그걸 누가 따라올까.”

“잘들 하셨습니다.”

 함께 한 이장님도 기분 좋게 웃었습니다. 솔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코끝에 걸린 땀방울을 식혀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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