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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Aug 14. 2022

월평이면 족하지게

7 게이트볼이 나에게 다가온 순간

삼자 할망은 물질의 여왕이었습니다. 물질하는 엄마 옆에서 놀던 게 물질의 시작이었습니다. 세월의 반 이상을 바다와 지냈지요. 바다와 씨름하느라 허리가 욱신거려서 바다와는 이별을 했습니다. 

 삼자 할망은 처음 바다에 몸을 담그던 일이 떠오릅니다. 차가운 바다일 줄 알았는데 물이 이상하게도 따뜻했습니다. 마치 엄마 품처럼 말이지요. 

 엄마는 늘 말하셨어요.

“인간이 자연을 거스리지만 않는다면 이 바다는 모든 걸 내어 줄게다.”

삼자 할망은 그 말을 믿고 바다의 순리를 따랐습니다.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몸을 아끼고 바다를 만났습니다. 

동그란 안경테를 올리고 처음인데도 넉살 좋게 인사하는 여자 연구원은 마치 아들 또래 같았습니다. 아들만 키우느라 더 억세진 삼자 할망은 귀엽고 나긋나긋 삼자 할망과 이야기를 나누는 연구원과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몇 번의 왕래 속에서 더욱 딸 같아진 연구원에게 삼자 할망은 말했습니다.

“요즘 낙이 없어. 내가. 우리 연구원님도 올 날도 얼마 안 남았네.”

만감 에이드를 마시던 연구원이 좋은 생각이 있다는 듯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 뒤로 삼자 할망은 게이트 볼에 빠졌습니다. 딱 하며 공이 게이트를 통과할 때 삼자 할망은 통쾌하여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삼자 할망은 안경테도 일부러 바꾸었습니다. 잠자리 날개처럼 삐즉한 모양으로 바꾼 안경테는 삼자 할망을 패션스타처럼 만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 새로 구비한 운동복까지. 삼자 할망은 게이트 볼 선수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습니다. 누우려고 잠자리에 들면 삼자 할망의 머릿속에 게이트 볼 장이 그려졌습니다. 삼자 할망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게이트 볼 스틱을 들고 허공에 스틱을 날렸습니다. 

 옥춘 할망은 자식 부자였습니다. 함께 살지는 못 해도 손녀딸이 자주 할머니를 찾아왔습니다. 옥춘 할머니를 가장 부러워한 건 왕 할망이었습니다. 주말마다 공주 같은 손녀와 바다로, 오름으로 놀이를 떠나는 옥춘 할망을 부러워했으니까요. 

손녀가 하루는 물끄러미 할머니를 보더니 물었습니다. 

“할머니, 나는 할머니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이고, 내 강아지. 그런 예쁜 말을 다 하고.”

“지우개로 할머니 주름도 다 지워주고 싶어요.”

“하하, 그런 지우개가 세상이 있다면 정말 좋겠구나.”

옥춘 할망은 손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피곤이 사르르 녹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피곤한 몸, 마당에 있는 밭을 가꾸는 일도 이제는 힘이 벅차 왔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손녀를 보던 옥춘 할망은 정말 손녀의 말대로 건강해져 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지?’

그때 삼자 동생의 화색이 돌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보면 젊은 시절 물질하던 삼자가 아니었습니다. 패션도 화려하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게이트 볼을 치면서 삼자도 웃음이 늘었지. 그래, 나도 해 보는 거야.”

옥춘 할망은 게이트 볼 스틱부터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틈날 때마다 쳐다보았습니다. 손녀가 옆에서 함께 쳐다보다 물었습니다. 

“저걸 하면 할머니가 200세까지 사는 거지?” 

옥춘 할망은 손녀의 간절한 눈빛을 읽었습니다. 세월이, 나이 듦이 야속했지만 이 좋은 마을에서 열심히 운동한다면 못 할 것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럼 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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