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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Aug 10. 2022

월평이면 족하지게

6 그동안 쌓인 세월이 얼만데

 삼자 할망은 자식을 키우며 전복 등을 따서 판돈을 가계 살림에 보탰습니다. 남편은 자식들과 한라봉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나이는 들고, 일이 힘에 부쳐서 예전만큼 많이는 할 수 없었습니다. 아들 둘이 가끔 와서 도울뿐인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몰랐습니다. 삼자 할망은 물질을 하느라 허리를 많이 썼습니다. 최근부터 게이트볼을 칠 때만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했습니다.  

 물질을 관두고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삼자 할망을 보던 남편이 할 일 없이 멍한 삼자 할망을 보다가 남편은 작은 이벤트를 열어 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을에서 하는 집 고치기 사업에 신청을 한 것입니다. 남편도 삼자 할망도 억척스레 일했지만 집은 아주 낡고 초라했습니다. 하루하루 할 일을 하느라 바쁜 세월을 보냈거든요. 남편이 이벤트를 해 준다고 하자, 삼자 할망은 대뜸 물었습니다.

“그게 뭐예요?”

 깡 언니의 영감님은 오 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화숙 할망은 벌써 예전에 남편이 세상을 떴습니다. 삼자 할망은 아직 남편이 있는 행운의 할머니였습니다. 그런데 말수 적은 남편이 이벤트를 벌여준다니요. 삼자 할망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삼자 할망은 남편에게 쉰다리를 한잔 주었습니다. 그게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치, 내가 틀린 말 했어?”

삼자 할망은 아직까지도 분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씩씩대는 삼자 할망 옆으로 남편이 슬쩍 다가와 앉았습니다.

“오늘 같은 날,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요?”

“오늘? 아, 맞다. 집 고치는 날이지!”

“계세요?”

 포롱포롱 얇은 새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젠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았습니다. 화숙 할망과 괜히 게이트볼 주장 때문에 얼굴을 붉히고 와서 마음이 편하지 않던 차에 연구원이 나타나니 매우 반가웠습니다. 

“여기는 이렇게 올리시는 거 맞으시죠? 물질 내내 하셔서 허리 아프시니까 여기는 턱을 아예 없앨게요. 문손잡이는 이거 언제부터 있던 거예요? 이것도 바꾸셔요. 그리고 여기는 이렇게 산뜻하게 칠해 드릴게요. 주방도 너무 어두워서요. 눈 편하신 조명 하나 달아 드려도 괜찮으시죠?”

 삼자 할망은 하나하나 자기의 사정을 살펴주는 연구원이 오늘따라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왕래 속에서 더욱 딸 같아진 연구원이었습니다. 


 뚝딱뚝딱. 위이이이잉. 

 삼자 할망의 집에 오랜만에 소음이 가득합니다. 뿌연 먼지를 피해 잠시 마당에 나온 연구원이 슬쩍 삼자 할망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방 하나 저 주실 수 있어요?”

“무슨 방”

“저 여기서 살까 해서요. 요즘 방을 구하는 중이거든요.”

 삼자 할망은 너무 반가운 소리였지만 아들들 때문에 방 하나를 내줄 형편은 못 되었습니다. 

“시원하게 대답을 못 해줘서 어쩌지. 우리 집엔 방이 없는데.”

“괜찮아요.” 

 삼자 할망의 집이 변신을 했습니다. 크게 바꾼 것은 아니었지만 삼자 할망은 새로 태어난 것 같았습니다.

“턱이 없어지니 이렇게 편하네. 무릎도 올라갈 때마다 아팠는데.”

“여긴 정말 산뜻해졌어. 예쁜 다육이 하나 놓아야겠네요.”

삼자 할망은 구석구석 바뀐 곳을 찬찬히 둘러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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