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과 죽음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지만,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주변에서 보았던 이별의 과정과 임종의 순간들을 나누면서 바람직한 죽음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죽음을 두려움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잘 준비하여서 아름답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가시고 난 10년, 장례로 끝난 것 같았던 아버지의 죽음은 나에게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애도해야 할 것을 애도하지 못하고 참회해야 할 것을 참회하지 못하는 마음에 눌려 지냈다. 이렇게 고백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자식이었다고... 자식들의 이런 마음을 생전에 익히 보고 느끼고 알고 계셨을 아버지께 참회하고 싶었다고. 마지막 가시는 길을 너무 참담하게 해 드렸다고 목놓아 울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번도 마음 놓고 울지 못하였다. 울음은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고 마음은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돌덩이처럼 메말라 갔다. 아무에게도 아버지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하지만 두려운 것. 죽음이라는 주제는 가능하면 생각하지 않고 말하지 않고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한시도 죽음을 잊지 않고 이러저러한 죽음을 목격하지만 방치하거나 피하는 것으로 대처하였다. 죽음이 과연 뭘까.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알기 위해 찾아다녔다. 죽음에 관한 책과 자료들을 찾고 강의를 찾아들었다. 아버지의 죽음이 나에게 이렇게 길게 남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두렵고 무섭다. 왜 무섭고 두려운지 모르면서 우리 모두는 죽음의 공포 앞에 서 있다. 듣고 싶지 않아도 이러저러한 죽음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은 과연 두려운 것인가. 언급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그 이야기를 하고 싶고 듣고 싶었다. 우리는 죽음을 어찌해야 하는가. 모른 척해야 하는가. 아는 척해야 하는가.
이 글을 쓰면서 여기에 올려지는 글의 주인공들에게 최선을 다한 예의와 공경을 갖추어 쓰고 싶다. 그분들이 살아온 삶과 죽음, 그리고 임종의 순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영원한 안식과 평안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