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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가는 길

by 선희 마리아

아버지가 계시는 곳에

가면서


산소 가자 라는 말이


아직은

죄송하고

서글픈데


아버지는

차가운 땅 한 평 반에

누워 계십니다


아직 덮이지 않은 잔디

아직 때 묻지 않은 묘비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은 새 집처럼

어설픈데


아버지는

새 집이 마음에 드실까


새로운 이웃들하고는

잘 지내실까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새로운 길

낯선 길


산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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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잘 계시는 지요.


그곳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까. 차가운 겨울이 지나가고 있습니까. 난방도 없이 이불도 없이 추위는 어찌 견디셨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 생전에 살가운 적이 없던 딸이 뒤늦게 철이 드는 걸까요. 이제야 드는 철을 무엇에다 쓸까요.


저의 후회는 항상 때가 늦었습니다.

공부도 제 때 한 적 없고, 효도도 제 때 하지 못했습니다.


살면서도 후회뿐이었습니다.

돌이킬 수 없을 때 하게 되는 후회는 얼마나 마음을 후비는지요.


딱 한 번,

이를 닦아드리고 손톱을 깎아드리고 발톱을 깎아드린 것으로는 갚을 수 없는 은혜가 왜 이렇게 늦게야 생각나는 걸까요.


아버지를 위해서 한 번도 흘리지 않던 뜨거운 눈물을 이제야 닦아내는 것도 뼈 저린, 뼈 아픈 후회입니다.


철없었던 딸을,

서글프게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눈빛을 언제나 잊을 수 있을까요.


아버지,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안녕히 계세요. 다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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