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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맞이

by 선희 마리아

봄이 오는 것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봄 맞으러

나갔더니

먼 산의 나무에

초록이 흐르고

학교 교정의 풍향계가

봄바람을 맞으며 돌고 있었다


운동장 가의

백엽상 위로

따사로운 봄볕이 내려앉고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쫓고 쫓기며 놀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수선화 노란 꽃잎 위로

아지랑이처럼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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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긴 했지만 속절없이 봄이 왔다.

마지막 겨울선을 넘느라 그리 매섭고 추웠던가.

예고도 없이 찾아온 봄에 무방비로 당했다.

온다고 말이나 해 주지....

그랬으면 이리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지 않았을 것을...

수선화를 좋아한다.

봄의 전령처럼 피어나는 작은 수선화를 좋아한다.

병아리같이 노랗게 피어나는 수선화를 좋아한다.

트럼펫처럼 피어나는 왕수선화를 좋아한다.

오는 봄을 알리듯 당당하게 커다랗게 피어나는 왕수선화를 좋아한다.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겨울옷 벗어젖히고 콧물을 흘리면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좋아한다.


들판에 번지는 봄의 숨결을 본다.

모든 땅이 숨 쉬고 있다. 뒤척이고 있다. 생명의 기운이다.

봄이다.

또,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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