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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좋은 것은

by 선희 마리아

봄이다

봄이 좋은 것은


환자복을 입은 장성한 아들이

엄마의 팔을 붙잡고


햇살 따사로운 거리를

거닐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이다

봄이 좋은 것은


걸음마하던

새싹 같은 아이가


햇빛 속에 앉아서

개미와 함께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이다

봄이 좋은 것은

개나리 같은 아이들이

병아리처럼 우르르 몰려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이다

봄이 좋은 것은


휠체어에 앉은 노인이

오래오래 해바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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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반갑기도 하고 얄궂기도 하다.

그냥 오면 좋으련만 겨울과의 밀당이 심상치 않다.

혹독한 꽃샘추위를 겪어야만 봄은 온다.


겨울의 입장에서도 순순히 물러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봄의 입장에서도 순탄하게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대세는 어쩔 수 없다.

오는 봄을 막을 수 없고 가는 겨울을 붙잡을 수 없다.

밀당을 주고받으면서 계절은 바뀌어 간다.


환자복을 입은 아들이 엄마의 팔을 꼭 붙들고 조심스럽게 걷는다.

해쓱한 얼굴의 아들 곁에서 엄마는 웃음을 띠고 아들의 보폭에 걸음을 맞춘다.

그들 위로 비치는 봄햇살이 따스하다.


걸음마를 하던 아이가 엎드려 무언가에 열중한다.

개미집을 드나드는 개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이 위로 따뜻하게 내리쬐는 봄볕.


놀이터에 부쩍 아이들이 많아졌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하늘 높이 올라간다.

웃음소리 사이로 내리 비취는 봄햇살.


휠체어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는 노인이 보인다

담요로 무릎을 덮었지만 어깨 위를 따스하게 감싸는 봄볕.


봄이다.

봄이 좋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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