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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의 문

by 선희 마리아

총칼을 가지고는

갈 수 없는 곳


말 등에 앉아서는

갈 수 없는 곳


가마를 타고도

갈 수 없는 곳


고개를 쳐들어도

갈 수 없는 곳


허리를 굽혀야만

갈 수 있는 곳


고개를 숙여야만

갈 수 있는 곳


애통하는 자만이

갈 수 있는 곳


겸손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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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베들레헴은 예수님의 탄생지로 알려져 있다. 이 베들레헴 예수님의 탄생 장소에 예수 탄생 교회(the Church of the Nativity)가 세워져 있다. 이 교회는 예수님의 탄생지에 세워졌다는 것 때문에 유명하기도 하지만 출입구가 120cm 정도 높이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그래서 이 교회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예외없이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야만 출입할 수 있다. 일명 겸손의 문(Door of Humility)을 통과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나이에 상관없이 걸어서 허리를 굽히고 겸손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사람들은 이 문을 들어가면서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어떤 것에도 고개 숙이지 않던 사람도 이 문을 지나면서 자기의 목이 곧음을 부끄러워 할 것이고, 마음에 걸림이 많은 사람은 이 문을 지나면서 자기의 허물과 죄에 대한 후회와 탄식으로 애통할 것이다.


그리고 겸손의 문을 나오면서는 하리를 굽히고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살겠다는 결심을 할 것이다.


지금이 교회력으로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부활 전 사십 일간의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 동안 교회에서는 예수님의 행적과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고 그 고난에 심정적, 실천적으로 동참하면서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특별 집회나 특별 새벽 기도회를 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금식과 성경 읽기, 기도 등을 통하여 자신의 영성을 더 깊이 훈련한다.


마굿간의 말구유에 탄생하셨던 예수님의 탄생과 십자가 고난의 모든 과정이 모두 예수님의 자기부정과 겸손의 생애였다면,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도 예수님의 겸손을 본받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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