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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by 선희 마리아

빈집에 산수유가 피었습니다.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노란 등꽃을 걸었습니다.


가녀린 목을 늘여

돌담 밖을 내다봐도


지천에는

산수유만 한창입니다.


깊은 밤 달빛 속에

그리움만 구름처럼 커져갑니다.


빈집에 산수유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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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는 빈 집이 많다.

사람이 없는 빈 집을 지키는 나무들.

한 때는 북적이는 식구들 속에서 사는 것처럼 살았는데

사람은 떠나고 나무들만 남았다.


봐줄 사람 없어도

인기척 없어도

때가 되면 변치 않고 피어나는 꽃들.


바보 아닌가.

아니면

떠나고 잊는 사람들이 바보인가.


낡은 빈 집에 혼자 피어있는 꽃들이 처연하다

미안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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