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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by 선희 마리아

길을 가다가

모퉁이가 나타나면


걸음을 멈추고

숨을 몰아 쉬었다

두려움과 기대로

모퉁이 저쪽을 바라보았다


삶의 모퉁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도

숨을 멈추고

알 수 없는 그곳을

깊이 응시하였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그곳을 향하여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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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새로운 길을 좋아하였다. 낯선 거리를 지나가는 것을 좋아하였다. 익숙한 길보다 처음 가는 길을 찾아 돌아다녔다. 같은 동네도 길마다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길을 갈 때에 길이 꺾여 있으면 조심스러워졌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면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곤 했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대비였을까. 낯선 것에 대한 준비였을까.


살면서 모퉁이구나 하고 생각될 때가 있었다. 예측하지 못한 일, 생각하지 못한 일,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만날 때가 그랬다. 나는 지금 새 길을 가고 있는 거야. 금방 아는 길이 나올 거야.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바로 익숙해질 거야. 하고 중얼거리면서 지나던 때가 있었다.

지나 놓고 보니 모두가 새 길이었다. 어느 길도 새롭지 않은 길이 없었고 낯설지 않은 길이 없었다. 모르고 갔던 길이 대부분이었다. 알았더라면 갈 수 없는 길이었다. 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갔던 길이었다. 두 번은 갈 수 없는 길이 인생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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