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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by 선희 마리아

9월이

와 버렸다


더위에 시달리는 동안

9월이

찾아 와 버렸다


아무리 더워도

가을이 올 것을 알기에


찜솥 같은

여름을 견딜 수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날 날이 있을 것을 알기에


기대로

참을 수 있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힘은

내일이 온다는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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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9월의 계획을 세운다.


다이어리에 새로운 계획을 빼곡히 적으면서

한 달을 앞당겨 살아본다.


이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하면서,

역시나 계획으로만 끝날 수 있다는 염려를 섞으면서,


그래도

계획 속에 들어있는 희망을 희망한다.


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하게 될 때

희망을 갖지 못하게 될 때


그때 나는

정말로 늙을 것이다

분명한 노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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