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서에 재미가 붙었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오래된 고고학, 미답의 땅을 탐험하는 것 같은 흥분과 스릴이 생겼다. 더욱이, 지금까지 인류에게 획기적인 업적을 남겨 준 천재, 위인, 철학자, 발명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처음 열 때는 미지의 땅에 첫 발을 딛는 것처럼, 아무도 찾지 못한 곳에 처음 가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대가 된다. 위대한 학자, 작가, 철학자, 사상가들의 두뇌에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생각하던 때였다.
신문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지하 수장고(유물 보관소)가 2005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되었다는 기사였다. 국립고궁박물관 지하수장고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시설인데,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에 지하 벙커로 사용하였다가 2005년에 지하수장고로 개조되었다고 한다.
고궁박물관의 지하 수장고는 총 16개로 면적은 3734㎡에 달하며, 조선왕실·대한제국 황실의 유물, 국보 4건, 보물 27건 등 총 8만 8500여 점을 보존하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지하 수장고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지하 11m에 위치한 400m의 긴 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8중의 보완 장치를 거쳐야만 통로를 통과하여 마지막 철문에 도달한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독서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 감추어진 누군가의 정신세계를 엿보거나 탐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독서라는 깨달음이었다.
지하 8미터가 아니라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에 가라앉아 있는 사고와 사유, 마침내 얻어낸 지혜와 발견, 발명 등의 위대한 정신적 유산들을 책으로 남겨 후대에게 전한다는 것은 지하수장고에 깊이깊이 보관되고 있는 유물들 못지않게, 아니 유형의 유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방대하고 깊은 인류의 문화유산일 것이다.
이 심오하고 드넓은 선인들의 정신세계에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가 독서이다. 그래서, 나는 책읽기를 황홀한 독서라고 부르기로 했다. 세상의 어떤 보물이나 보석보다 빛나고 고귀한 지식에 접하는 독서 활동을 황홀한 보석을 발견하거나 캐내는 작업에 비유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누구든 그 황홀경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독서의 공평성, 공정성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