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도 그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니.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 곶(岬)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고,
그대의 친구나 그대의 영토가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그만큼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존 던
출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2, 민음사, 2012.
해가 막 산꼭대기에 떠오르고 있었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눈을 녹였다. 늦봄의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45쪽.
그는 이런 일에 대해 혼자 농담을 지껄였지만 하늘과 먼 산을 바라보며 술을 들이켰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바라지 않았다.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하고 그는 생각했다. 죽는 것이 확실하다면 죽을 수 있어. 하지만 이렇게 죽기는 끔찍이도 싫어. 죽는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고, 그는 마음속에서 죽을 때의 모습을 그려 보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살아 있다는 것은 산비탈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곡식 들판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산비탈에서 하늘에 떠도는 매였다. 살아 있다는 것은 도리깨질을 하고 왕겨를 불어 내는 먼지 자욱한 타작마당에 놓여 있는 질그릇 물동이였다. 살아 있다는 것은 두 다리 사이에 끼고 타는 말이요, 한쪽 다리로 누르고 있는 카빈 총이요, 언덕이요, 골짜기요, 나무를 따라 흐르는 개울이요, 골짜기 저쪽 산비탈이요, 그 건너편 언덕들이었다. 121-122쪽.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할 일들을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는가? 나는 오늘 죽지 않고 더 오래 살고 싶구나. 이 나흘 동안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 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난 노인이 되어 진실로 삶에 대해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인간이란 언제까지나 계속 비워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마다 정해진 양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242쪽.
나는 내가 믿고 있던 것을 위해 지난 일 년 동안 싸워 왔지. 만약 우리가 여기서 승리를 거두면 우린 어디서나 승리를 거두게 될 거야. 이 세계는 아름다운 곳이고, 그것을 위해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지. 그래서 이 세계를 떠나기가 싫은 거야. 이렇게 훌륭한 삶을 보낼 수 있었으니 넌 행운아였어, 하고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3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