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일까요? 집시들의 말을 빌리자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돈을 받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57쪽.
문학은 삼라만상을 다 포함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얘기한 것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은 문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겁니다. 다름 아니라 사람입니다. 1980년대에 유행했던 빅토르 위고의 시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것은 바다이고, 바다보다 넓은 것이 우주이며 우주보다 넓은 것이 인간의 영혼이다.” 140쪽.
독서는 아름다운 약속입니다. 만나기로 약속한 두 사람이 마음의 울타리를 연다는 것은 서로를 사랑하게 됨을 의미하지요. 따라서 여러분이 어떤 문학작품을 읽고서 마음에 들었다면 그 작품도 여러분을 마음에 들어 할 겁니다. 그 작품이 여러분을 향해 마음을 열었고, 여러분도 그 작품을 향해 마음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221쪽.
문학 작품을 읽을 때뿐 아니라 연구나 평론을 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연구나 평론을 위해서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작품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입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읽은 것은 전부 ‘중심사상’, ‘단락의 대의’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작품을 훼손할 수밖에 없지요. 독서는 무엇보다도 뭔가를 느끼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느낌이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 즐거운지 안 즐거운지는 다음 문제지요. 작품을 읽고 나면 느낌이 있게 미련이고, 즐거움을 가져다주든 분노를 가져다주든 이런 느낌은 전부 중요합니다. 그 뒤에 우리는 왜 즐거운지, 왜 분노를 느끼게 되는지, 왜 마음에 안 드는지를 연구해야 합니다. 연구는 반드시 2차적인 것이어야 하고 반드시 독서 이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162쪽.
여러 해 전에 저는 어느 셰프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가 제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나요?”
제가 대답했지요.
“좋은 작가가 되고 싶으면 먼저 훌륭한 독자가 되세요.”
그가 또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독자가 될 수 있나요?”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째, 평범한 작품 말고 위대한 작품을 많이 읽으세요. 오랫동안 위대한 작품을 많이 읽은 사람은 취향과 교양의 수준이 높아져서 글을 쓸 때 자연히 스스로 아주 높은 기준을 요구하게 되지만, 오랫동안 평범한 작품만 읽은 사람은 취향과 교양 수준도 평범해져 자기도 모르게 평범한 글을 쓰게 되지요. 남들의 결점은 나와 무관하지만 남들의 장점은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니까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셰프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군요.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본 사람이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저는 종종 제 수하에 있는 요리사들을 다른 음식점에 보내 식사를 하게 해서 각자의 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합니다. 항상 다른 음식점의 음식이 맛없다고 말하는 요리사는 발전이 없고, 항상 다른 음식점의 음식이 훌륭하다고 말하는 셰프는 크게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지요.” 282-2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