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새
밤새 하늘을 난다
발 아래로
까마득하게 펼쳐지는
알타이 산맥
아득한 옛날
우리의 조상들이
여기서부터
출발하여
걸어서
걸어서
한반도에 도착했겠지
수천 만년 후손인
나는
밤새도록
날아서
우리의 고향
알타이 산맥을 넘는다
외로운 새
수백의 심장을 안고
날고
또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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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을 간 적이 있다. 미지의 나라를 향해 밤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승객들은 긴 비행에 지치고, 어두운 실내에 지치고, 밤이라는 시간에 지쳐서 잠들거나 뒤척이고 있었다. 수백 명의 승객을 실은 비행기만 승객들의 생명을 지키면서 고독하고 의연하게 밤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외롭게 날아가는 비행기를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두 다 잠든 밤하늘을 수많은 생명을 책임지고 혼자서 날아가는 비행기의 고독한 항해를 격려하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비행기는 중앙아시아의 알타이 산맥 지점을 통과하고 있었다. 알타이 산맥 위를 통과 중이라는 것에 눈이 번쩍 띄었다.
여기가 우리 민족의 시원지로구나. 여기서부터 우리 민족이 시작되었구나. 이 머나먼 곳에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동하여 한반도까지 이르렀구나. 한민족을 이루었구나. 알타이어에서 한국어를 만들어 주었구나 하는 감동이 왔다.
까마득한 옛날 우리 조상들이 수천 년을 걸쳐서 걸어갔던 길을, 나는 새처럼 날아서 넘어가고 있었다. 사람은 갔지만 언어는 남아서 아직도 알타이어를 조상언어로 하는 한국어는 살아있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까마득한 후손이 조상 시원의 땅을 지나가고 있다는 감회에 가슴 뭉클했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