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세 발 자전거
개조된
할아버지의
자전거의 속력은
걷는 정도
자전거 뒤쪽에 매달린
낡은 공구함
그 위에
검정 타이어 끈으로 묶은
반찬통과 도시락
천천히
천천히
조심스럽게
힘겹게
황혼 속으로 사라져 가는
할아버지의 세 발 자전거
------------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자주 산책길에 나서던 때였다. 땀이 날 정도로 빠르게 걷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에 활기차고 씩씩하게 걸으려고 노력하며 걸었다. 오래 살려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자문자답하며 걷는 때가 많았다.
걷기나 운동 등 몸을 움직이는 것은 시작할 때가 제일 어렵다.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오면 일단 성공이다. 그렇게 매일매일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와 한참을 걷다 보면 나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깨어나는 느낌을 받는다. 머리가 움직이고 활성화되는 느낌도 온다. 역시 나오기를 잘했어. 몸을 움직여야 머리도 움직여지는 거야. 하면서 스스로를 뿌듯해하고 대견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산책길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 발 자전거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와 스르르 멈춰 서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 세 발 자전거가 아니라 어른용 자전거가 세 발로 개조된 것이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서서히 다가오는 자전거를 보고 고장난 자전거가 저절로 미끄러져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고가 나면 어쩌지 하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지켜보았다.
자세히 보니 자전거 사이로 상체가 뒤틀린 왜소한 할아버지가 보였다.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밀고 오신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고, 어디도 쳐다보지 않았다. 자전거 사이에 끼여 말없이 신호등만 바라보다 걸어서 건너가는 사람들보다 더 천천히 자전거를 끌고 길을 건너셨다. 그리고 낮고 낡은 세 발 자전거에 위태롭게 몸을 올리고는 길을 따라 힘겹게 올라가셨다.
개조된 세 발 자전거 위에 올라앉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초점 없던 할아버지의 텅 빈 눈이 마음에 걸렸다. 넘어가는 황혼이 자전거 뒤로 끌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