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고 볶다가
밀고 당기다가
남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다가
물리적 거리는 제일 가까운데
심리적 거리는 한없이 멀어
낯선 집 지나가듯
집 앞을 지나
대문이 건너다 보이는
찻집으로 들어간다
대문을 노려보며
숨 고르고 차 한 잔 마시고
큰 숨을 내쉬며
현관문을 연다
한 옥타브 올라 간 목소리
얘들아, 엄마 왔다
여보, 나 왔어요
토끼같은 새끼들
나 아니면 누가 지키랴
불쌍한 내 남편
나 아니면 누가 봐 주랴
그래도
남보다는 낫지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이지
즐거운 시간도 있었지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겠지
이렇게 사는 것이
내 할 일이겠지.
--------------
가족.
묘하고도 묘한 관계
가족
이상하고도 기이한 관계
가족
한없이 느슨하면서도 팽팽한 관계
가족
그래도 내 식구 , 내 새끼들
온전하게
예쁘고 사랑스러웠던 것은 잠시
긴 시간
쌓여가는 묘한 감정들
갈수록
벌어지는 차이들
다 까발릴 수도 없고
다 까발린다 해도
뾰쪽한 수도 없고
그냥 그렇게
묻고 사는거지
나도 나를 모르는데
누구를 알 수 있으랴
그래도 가족인데
그래도 식구인데
좋다.
한번만 또 봐 준다
다시 한 번 살아 본다
그러면
시간이 가겠지.
그러면 숙제가 끝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