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못할 이유는 무수히 많지만
효도해야 할 이유는 오직 하나
그래야 하니까
사랑 못할 이유도 무수히 많지만
사랑해야 할 이유는 오직 하나
그래야 하니까
순종 못할 이유도 무수히 많지만
순종해야 할 이유는 오직 하나
그래야 하니까
감당 못할 이유도 무수히 많지만
감당해야 할 이유는 오직 하나
그래야 하니까
왜 그래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야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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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지난 옛날에 썼던 시이다. 인간관계 중에서 제일 어려운 관계가 가족 관계라고 생각한다. 가족이 아닌 관계는 안 보면 되고
안 부딪치면 되고 일 때문에 만날 수밖에 없더라도 언젠가는 끝날 관계이지만 가족과의 관계는 피할 수 없고 도망칠 수 없고 끝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감정 소모를 다른 사람들에게 한다면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을까. 가족들은 왜 서로에 대한 평가에 인색할까. 다른 사람들에게서 듣는 칭찬과 평가를 기족에게서 들을 수는 없는 것일까.
다른 곳에서 만났더라면 정말 좋은 관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이면 편하지 않는 관계가 되는지, 가장 반갑고 가까워야 할 가족들이 왜 의례적인 관계가 되는지 아쉬울 뿐이다. 제일 아쉬운 것은 이 모든 것을 명쾌하게 뛰어넘을 포용력을 갖지 못하는 나다.
추석 명절이 코 앞이다. 예전보다 훨씬 약화된 명절의 분위기는 분명하지만 명절이 주는 중압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며느리이자 시어머니가 된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서슬 시퍼렇던 시어머니가 늙으셔서 혼자 계시는 것도 안쓰럽고, 시어머니인 내가 부를까 봐 좌불안석이 되어 있을 며느리들도 안쓰럽고, 그 사이에 끼어서 서로에게 만족할 답을 찾지 못하는 나도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