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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Oct 16. 2024

어떤 삶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나는 어떤 삶을 원하게 됐다. 좋아하는 일을 더 자주, 더 많이 하는 삶, 돋보기로 모은 햇빛처럼 초점이 또렷한 삶이다. 누가 뭐라든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 뒤처지는 것 같겠지만, 좋아하는 일은 얼마든지, 그러니까 하루종일 할 수 있으니까 사실은 제일 앞서가는 일이다.

 『디 에센셜 김연수』에 실린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 ‘진주를 좋아한다’에서.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4. 6.11. 28면.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삶.

이 깨달음을 먼저 하는 사람이 자기 삶의 주인이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야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짧지 않은 인생길을 돌고 돌아 인생의 후반기에야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고, 하루 종일 해도 질리지 않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 돌고 돌았던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원하는 이 무엇인지를 몰랐고 진지하게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가는 길을 갔고 남들처럼 살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나만의 길을 가려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원하는 삶이란 나로 사는 것이었다.  내가 살고 싶고 내가 잘 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는 삶이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지속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고 찾지 않았다.  


열심히 살아왔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둬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동안의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사회적 통념에 맞춘 삶이었고 사회가 말하는 성취의 삶이었다.


사회적 기준에 맞춘 삶은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자 끝이 났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삶만 남았다. 내가 원하는 삶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 내가 살고 싶은 삶,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쁘지속해 갈 수 있는 삶이다.


이제 나도 비로소 돋보기로 햇빛을 모은 삶처럼  초점이 또렷한 삶을 살 것이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여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왜? 이제는 더 미룰 시간이 없으니까. 이제는 더 후회할 시간이 없으니까. 이제는 더 시행착오시간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제 나는 혼자서 도서관에 가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혼자서 산책을 하고 생각을 한다. 될 수 있으면 사람 만나는 것을 자제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기 때문이다.


도서관 휴게실에서 각자 도시락을 까먹는 사람들 틈에 끼여 있으면서 김치 하나와 얊은 도시락김 한 봉지로, 국물만 남은 김치통 하나와 닭가슴살 한 조각으로 점심을 삼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비로소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있고 싶었던 자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을 가진 사람들과 꿈을 이뤄가는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견디는 그 옆에서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나의 꿈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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