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희 마리아 Oct 30. 2024

질문


“좋은 질문은 겸손한 자세이자 모르므로 배우고 싶다는 고백이며, 상대방을 존경한다는 뜻이다. (중략) 당신이 한 사람을 잘 알게 되었다고 치자. 이는 당신이 그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마법의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밝히게 하는 질문 기술을 당신이 지녔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인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사람을 안다는 것』에서. 그는 사람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수수께끼”라며 “수많은 수수께끼로 둘러싸여 있을 때는 질문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고 썼다.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4.4.16.(화), 28면.  


질문이란 무엇일까. 묻는 것이다.

무엇을 묻는 것일까. 알고 싶은 것을 묻는 것이다.

그러므로 질문을 한다는 것은 알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알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호기심이 있다는 것이고 의욕이 있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가장 답답함을 느낄 때가 아무런 생기나 의욕이 없이 처져 있을 때다. 어떤 질문도 없고 무엇을 물어봐도 몰라요 하는 학생들에게서 가까이 오지 말라는 넘을 수 없는 벽, 살벌하기까지 한 벽을 느낀다. 취미가 뭐니? 몰라요. 하고 싶은 것이 뭐니? 몰라요. 집은 어디니? 몰라요.


몰라요는 나아갈 없는 벽이다. 말하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다철벽이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알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지금 있는 곳이 맞는지, 지금 가고 있는 곳이 맞는지, 왜 맞는지, 왜 그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찾고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질문은 송곳과 같다. 아무런 표시도 없는 곳에서 이곳저곳을 찔러보며 방향을 찾고 길을 찾고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많이 쑤셔댈수록 정답을 찾을 확률이 크다.


주머니에 들어 있는 송곳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꺼내서 찔러보고 셔보고 긁어보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무섭다고, 위험하다고 주머니에 넣고만 있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위험을 무릅쓰고, 무서움을 감수하면서 송곳을 꺼내어 야 한다.  


흔히 말한다.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질문다운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질문을 보면 질문자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질문 중에는 자기를 과시하려는 질문도 있고, 상대방을 무너뜨리려는 질문도 있다.


그러나 좋은 질문이란 정말로 알고 싶다는 의미의 겸손한 자세이자 모르므로 배우고 싶다는 고백이며, 나보다 먼저 알고 있는 상대방을 존경한다는 뜻이다.  


오래도록 질문하는 삶을 살고 싶다. 오래도록 좋은 질문을 하며 살고 싶다. 오래도록 좋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살고 싶다.    


           

이전 19화 겨울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