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살짝 부족한 게 좋다. 시간과 경쟁하여 일하고 공부한다. 긴장과 집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멋진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기분, 즉 타임 헝그리(time hungry) 상태에 놓일 필요가 있다.
시간이 없을 때 더 집중이 잘 된다는 역설. 시간이 부족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어른의 생각법』(도야마 시게히고)중에서.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4.8.2. 28면.
지난 연말연시에 해가 간다, 해가 바뀐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오고 갈 때에 갑자기 시간이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고 사용하여 왔던 것에 대한 의문이 생기니까 답을 찾고 싶어졌다. 질문에는 답을 찾게 되어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부지런히 책도 찾아보고 관련 정보들도 찾아보았던 적이 있었다.
아직도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시간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 편의상 만들어낸 개념인지 잘 모른다. 시간을 양으로 측정할 것인지 길이로 측정할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시간이 간다는 말과 시간이 흐른다는 말이 맞는지도 잘 모른다. 시간이 빠르다 늦다. 시간이 없다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 넉넉하다 등의 개념도 시간을 측정하는 인간의 주관적 도구인 시계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생겨난 개념일 것이다.
시간에 대해서 내가 했던 생각은 시간은 고무줄과 같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내 경험에서 나온 것 인데 시간은 고무줄과 같아서 한없이 늘려서 사용할 수도 있고 그냥 주어진 만큼만 사용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정신을 차려서 시간을 사용하면 하루에도 여러 가지 일, 자질구레한 일들까지를 포함하면 수십 가지 일들을 할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은 쓰면 쓸수록 늘어나는 고무줄과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또 시간은 약간 빠듯한 것이 느슨한 것보다 효과적이란 것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업무나 과제, 시험공부 등을 해보면 시간이 넉넉하거나 남을 때는 속도가 붙지 않고 효과적으로 되지 않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가 마감을 코 앞에 두거나 시험이 닥쳤을 때 몰아치는 것이 효과적이고 결국은 해내는 것을 경험한다. 물론 시간에 쫓기면서 느끼는 긴장감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상황이 생기면 여전히 임박해서야 움직이는 나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에서 은퇴하고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뒤부터는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돌발적인 일이 아니고 계획된 일이나 약속이라면 미리미리 하려고 하고 약속 시간보다 일찍 가려고 한다. 이제는 나의 정신 상태나 신체적 건강이 시간의 빠듯함을 즐기거나 대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고 그런 빠듯함이나 촉박함에서 할 수 있는 실수를 만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느긋하게, 미리미리, 천천히 하려고 노력한다. 또 이렇게 하는 것이 나이가 주는 지혜요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시간과 경쟁하면서 살아왔다면 이제는 경쟁이 아닌 동반으로, 여유와 관조로 시간을 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