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고

혼자 떠난 제주여행2

by Sunny Day

그냥 별 생각없이 걷기 시작했다.

생각은 그때가 아니어도 넘치게 해오던 것이었으니.


올레길이 총 몇 개인지,

가장 가까운 올레길은

어디서 출발하는지 알 수 없었고


늘 준비해야 무언가를 할 수 있었던 성향의 나는

무지하고 미비한 상태로

목적지도 모르는 그 길에 무방비로 내던져졌다.


처음 출발할 때는

가슴이 간질간질하는 약간의 기대감과

스프링이 달린 듯 통통 걸음으로 흥분되는 모험심이었고, 걷는 중에 멘붕으로, 케세라세라로,

그러다 종국에는 평온함으로 바뀌었다.


안식년으로 휴식기였던 10코스에 들어섰고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화순에서 모슬포까지의

14.8킬로미터는

길을 다시 내야하는 정도로 풀이 무성하여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았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길도 쉬도록 해야 걷게 할 수 있다


물론 그 믿음에 본의아니게 역행하게 만들었으나

쉼이 그 다음을 가게 하는 힘이라는 걸

온 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닳고나서야

어거지로 쉬어가는 숙제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저만치 이십미터 앞을 알 수 없는

들 풀 무성한 휴식기의 길 한 자락에서도

앞으로 앞으로 걷고 또 걷다보니


손톱만하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기쁨을

만나기도 하였다.


자연, 그리고

나와 같이 방황하는 순례자들을 만나며..


도무지 알 수 없는 신비한 이유로
언제부턴가 걷고 또 걷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 걸까

만일 여러 갈래길 중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돌아서 갈 수밖에 없는 꼬부라진 길이더라도
막막한 어둠으로 별빛조차 없는 길일지라도
포기할 수 없어 발바닥이 딱딱해지더라도
걷고 걷다보면
넓은 꽃밭에 누워 쉴 수 있겠지

그래도 내 앞엔 길이 있지 않나
내겐 너무나도 많은 축복이란 걸 알아
그래 다시 가다 보면 어느날 그 모든 일들을 감사해 하겠지

걸어가다 보면
걸어가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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