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고 다시 걷고
나는 때로
상념에 사로잡혀있지 않으려고
걷습니다.
걷다보면 내가 머물러있는 생각이 얼마나 협소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강력한 끈끈이 주걱같은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안으로만 옳아매는 끈끈한 집착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까지 가지 않기 위한
돌파구,
그것이 나에게는 걷기입니다.
버스는 서울전역을 색깔과 번호로 구분하여
노선을 따라 하루에 몇바퀴고 돕니다.
신호를 보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약속한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주고를
또 반복합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순 없지만
다들 무언가를 향해 달리고 걷습니다.
생명이 자라는 것도 봐야 합니다.
겨우내 언 땅을 이겨내고 싹을 틔우고
연두빛 여린 빛을 담아내는
봄의 생명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라는 것, 더디지만 어느 덧 손톱만큼
자라나 있는 푸르름은 물론,
흙의 온기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난
뜨거운 태양을
어깨에서 머리꼭지위로 올려놓으며
13.23킬로미터를 걸었습니다.
걷다보면 보입니다.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