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제주여행3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도 없었으면서
훌쩍 걷는 그 길 위에서
친구를 만났다.
나의 여정을 묻고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주고
긴 올레길을 걸을 수 있게 힘 주는 생명수(!)를
기꺼이 나누어주는 이들이 친구지 싶었다.
용감무쌍하게 혼자 떠난 제주여행의
첫번째 숙소였던 서귀포 산방산 근처 게스트하우스.
버스타고 뚜벅뚜벅 다 늦은 저녁에 찾아갔는데
역시 혼자 여행온 이쁘장하게 생긴 룸메를 만났다.
저녁 먹었어요?
렌터카를 끌고 가장 가까운 곳에
문 열린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제주에서 가장 무난한 메뉴로 차려진 밥상은
나야 반찬 몇가지를 집어먹고 끝냈지만
참 맛있는 밥상이었다.
새로운 친구와 함께 먹었던 한 끼 식사를
잊을 수 없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맛본 호의. 낯설지만 괜찮았다.
휴지기에 들어간 10번 올레길에서 만난 중년부부,
혼자, 낯선 길을..
이렇게 혼자 다니면 안돼. 안돼.
나 혼자 뒤쳐질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자꾸 뒤돌아보시고,
거칠어진 길을 헤쳐가며
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하멜 표류 기념배 앞에서 다시 만나
커피와 물도 나누어 마셨다.
컵이 없어 물 뚜껑에 조금씩 따라마셨지만
참 물 맛이 달았다. 제주라 그랬나.
우도에 들어가기 위해
성산 일출봉 근처에서 머물며 만났던
중국인 20대 여자,
장대비 속에서 삼십분이 훌쩍 넘도록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모르는 사람들과 택시동석을 하려고 하는걸
위험하다고 손사래치며 막아
버스친구 삼아 동행했었다.
성산 일출봉 근처 숙소가 다 거기서 거기여서
백미터도 안되는 거리안에 묵고 있었다는 걸 알고
우리는 저녁식사도 함께 하고
다음 날 성산일출봉에서 일출도 함께 맞이했다.
사려니숲길을 걸으며,
한라산을 오르며,
협재해변 바닷물에서 첨벙거리며,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사진을 부탁하고 나도 찍어주며
고마움의 인사도 나누고
서로의 여행에 대해 묻기도 하였다.
길 위의 친구들은
몇 마디 짧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더 멋진 사진을 찍어주시겠다며
한라산 성판악 그 악 소리나는 돌길위에
무릎을 꿇는 (워크샵으로 오신) 직딩남도,
더 멋진 풍경을 만날 때마다 멈춰서서
나를 불러 세워주시는 푸근한 아주머니도,
본인의 이쁜 아이를 모델로 세워주신
아이 엄마도 계셨다.
나도 고마운 분들에게
제주의 인심좋고 맛나는 귤을 한봉지 사서
나눠 먹기도 하고
제주풍경과 추억을 잘 남겨드리려고 애썼다.
말도 길도 낯선 외국인들에게 안내자도 자청했다.
길 위의 친구들이 있어서
여행이 더 즐거웠다. ^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