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다른 배려심

여든 셋 젊은 엄마와 늙은 딸의 더부살이 (3)

by Sunny Day

올해 들어 식구들 중 엄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바로 나다.

삼시두끼 혹은 세끼도 함께 할 때가 많다. 밥을 같이 먹는 식구인 만큼 서로의 취향과 기호를 잘 안다. 잘 알고 맞추려고 노력도 하는데 맞춰지지 않을 때가 있다.


먹는 것만 해도 그렇다. 나는 빵 한 쪽에 커피 한 잔도 한 끼 식사로 충분한데, 엄마는 그렇지 않다. 대단한 차림은 아니어도 한식이 좋고 여러 번 내놓는 반찬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엄마, 순두부 해 먹을까?

그래, 좋지

좋다하시는 엄마의 호응에 신이 나서 타이거새우 큰 거 세 마리를 넣고 보글보글 해물 순두부찌개를 끓였는데 식탁에 순두부 뚝배기를 올려 놓으려고 하는 찰나 안드신단다. 순두부찌개는 엄마가 평소에 좋아하시던 거라 그 날도 좋아하시리라 기대하며 몸에 좋은 버섯도 넣고 너무 맵지 않고 적당히 맛있게 매운 정도로 준비했는데 갑자기 안드신다고 하니 허탈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대답을 피하신다. 몇 번 물었는데 계속 묵묵부답에 그냥 다른 반찬으로만 식사하시길래 더 묻다가는 서로간 의 상하겠다 싶어 그만두고 말았다. 밥을 먹는 내내 ‘뭐지? 뭐때문이지?’ 짱구를 돌려보는데 그럴듯한 이유를 모르겠어서 살짝 동생에게 눈짓을 했는데 동생도 난색을 표한다. 기분좋게 준비하고 함께 하려고 했던 밥상이 절로 소화제를 부르게 되었다.


밥을 먹는 동안 이유를 알 길 없는 상황에 동생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며 답답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나는 그저 엄마의 마음이 가을 한 낮의 볕을 보고 노근노근해지고 수그러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그 다음날이 되었고 3인분으로 끓였던 순두부찌개는 엄마가 안드신 1인분이 고대로 남아 냉장고에 들어갔다 다시 나왔다. 아침 식사에는 역시 뜨끈한 순두부찌개나 제격이다 싶어 엄마에게 다시 권해보았지만 역시나 싫다 하신다. 여전히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동생과 둘이 찌개 한 그릇을 나눠 먹었다. 동생은 밥상 차리던 언니가 신경이 쓰여서인지 괜시리 맛있다 맛있다 한다. 나는 멋적은 듯 어색한 웃음그렇지만 나는 점심상과 저녁상을 차리면서도 계속 탐탁지 않아하시던 순두부찌개가 생각이 났다. 물어볼 때는 좋아하시더니 갑자기 싫다하시며 변덕을 보이시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이유라도 알아야 다음에는 엄마 마음에 맞춰 할 수 있을텐데 싶었다. 그러다 저녁 설거지를 하는데 등 뒤에서 엄마가 혼잣말처럼 한 말씀하신다.


내가 조심하려고 해. 아직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아차, 싶었다. 엄마가 간암 수술을 하신 지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되었고, 퇴원 후 외래진료에서 주치의 교수님은 주의할 음식으로 날 음식, 자극적인 음식을 들었다. 그 이후로 엄마는 숙제받은 초등학생 모범생처럼 꼭 지키려 하셨다. 가장 좋아하는 날 생선과 게장 반찬을 멀리 하셨고 밀가루 음식도 가급적 피하려 하셨다. 거기에 본인이 생각하기에 안좋다 생각하는 음식들, 돼지고기, 기름기 많은 음식 등… 금기식단을 꾸려놓으신 것이다. 아마도 엄마는 따뜻하고 고소한 순두부찌개에 밥 먹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시다가 내가 찌개에 새우 세 마리를 퐁당 떨어뜨린 순간, 먹지 말아야겠다 싶으셨던 것 같다. 아직은 피해야 할 재료가 들어갔다고 생각하신 거겠지. 그렇지만 열심히 식사 준비한 나를 생각해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던 건데 꼬치꼬치 캐묻는 딸 앞에서 답답한 마음도 있으셨을 거다.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그냥 편하게 이야기해주셔도 맘 상하지 않았을텐데 입 꾹 닫고 고대로 이틀을 보내니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엄마 나름대로 스스로를 돌보는 의지가 있고 상대를 배려하는 방식이 있는데 나와는 좀 달랐던 거다.


내 방식과 내 속도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이전 02화먹고 싸고 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