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의 미학1

예순 셋 젊은 엄마와 늙은 딸의 더부살이 (5)

by Sunny Day

미학이라고 했지만 나는 미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고, 엄마의 잔소리에 미학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다소 어색한 것도 사실이지만 어쩐지 잔소리가 아예 없다고 하면 서운하고 지나치게 많다면 힘든 것이기에 본질적으로 그 존재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여 ‘잔소리의 미학’이라고 이름 붙이고 엄마의 잔소리를 되돌아보려 한다.


잔소리는 어른이나 윗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하는 나무람이나 타이름같은 것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잔소리

1.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2.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


나무위키에서는 잔소리를 더 자세하고 깊이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 중 일부를 옮겨본다.


잔소리의 범위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조금만 태클을 걸어도 잔소리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누가 봐도 잔소리이지만 그냥 수긍하고 넘어가는 사람도 있는 등 그 기준이 천차만별이다. (중략) 일단 공통적으로는 ‘듣고 있는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지만 이게 사람마다, 사아황마다 입장의 차이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 ‘듣기 싫어하는 소리’란 것에 대한 이렇게 할 기준이 없어서 가치관이 충돌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중략) 아무리 유익한 잔소리라고 해도 결국엔 한 번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은 절대 변함이 없다. 잔소리가 아니라 훈계라고 해도 도와주는 것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툭툭 던지고 끝난다면 좋은 훈계라고 보기 어렵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고 공감되었다. 어떤 사람(들)이 그렇게 맞는 말만 적어놓았는지 나도 한 마디 보태고 싶을 정도였다. 사전을 뒤적거리고 소위 ‘잔소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다보니 잔소리는 나만 괴로운 게 아니었구나 싶다.

그래도 잔소리에 미학이라고 붙인 건 잔소리가 어느 정도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이를테면 ‘단정하게 입어라’, ‘일찍 일어나서 아침 밥 챙겨먹어라’ 등 주로 엄마가 자녀에게 하는 잔소리는 그야말로 애정이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정하게’의 기준이 각자 다르고 단정하게 보다는 자기 멋에 따라 입고 싶은 것이 자녀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엄마 기준에서의 ‘단정하게’는 엄마를 포함한 다른 사람 누구라도 보기에 깔끔하고 어여쁜 모습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니 ‘단정하게 입어라’는 애정이 없이는 결코 할 수 없는 잔소리이기도 하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 밥 챙겨먹어라’는 소위 투 콤보(2 combo)잔소리, 한 번에 두 가지의 미션을 지시하는 잔소리이다. 그냥 듣기에도 하나도 나쁠 것이 없는 말이다. 우리 엄마는 그 뒤에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레파토리가 있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 밥 좀 챙겨먹어라. 어?

일찍 일어나야 몸도 개운하고 머리도 깨워서 하루를 잘 시작하지.
그래야 밥도 먹지. 아침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아? 듣고 있어?
아침밥을 잘 챙겨먹어야 하루 시작하는 힘도 얻고 머리도 깨우지.
5분만, 10분만 하다가 늦게 늦게 일어나서 대충 하고
아침도 못 먹고 나가면 쌀쌀한 아침 공기에 얼마나 몸이 춥겠어.
일은 또 잘 되겠냐고, 어?
그니까 일찍 일어나서 아침 밥 챙겨먹고 나가라는 거야.


대충 기억나는 것만 적어도 이 정도이니 단순하게 일찍 일어나고 아침 밥 먹으라고 하시는 것만이 아니다.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아침 못 먹으면…’ 이라는 ‘if not’의 부정적인 가정법이 붙는다는 게 함정이다. 부드럽게 시작한 것만 같았지만 어김없이 일장연설을 하시는 엄마의 잔소리 폭격앞에 출근하기도 전에 쓰러져 장렬히 전사할 것만 같다. 그것이 바로 ‘엄마의 잔소리’이다. 단순한 적이 없고 짧게 끝난 적이 없다. 애정은 있으나 길어지고, 내용과 상관없이 강도가 지나치게 쎄진다는 것이 잔소리 미학의 쓴 맛이다.


그래서? 잔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도 잔소리 들을 때가 좋은 때인줄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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