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성일기

거꾸로 가는 하나님의 시간표

쉼이 불편하다는 청개구리 성도의 깨달음

by Sunny Day
나는 결코 부지런한 편은 아니지만, 게으른 편도 아닙니다.

계획적이기도 하고 시간을 쪼개쓰는 것에 익숙합니다. 여러가지 몫을 동시다발적으로 해내야 하는 상황에 줄곧 놓여있었던 탓인지, 바쁘게 몸을 놀리고 분주한 생활패턴에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 불편했습니다.

쉼을 그렇게 원하면서도 막상 휴가를 받게되면 어떻게 보내야 할지 우물쭈물하다가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았고, 여행이라도 가게 되는 경우는 엄청난 결단(?)과 마음가짐이 필요했었습니다.

바쁜 하루 중 한 두시간의 짬이 날 경우에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편했습니다.


"그냥 얼굴이나 보게 만나자"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이야깃거리를 준비해야 하는지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무엇이든 생산적인 대화가 오고가야 할 것 같고, 남는 것 없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는 너무 아까운 것 같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둔지 시간이 벌써 꽤 지났습니다.

아직 여름이 오지 않을 때, 도통 봄꽃을 보지 못한 서울살이의 팍팍함이 아쉬워 퇴사와 동시에 멀지만 가까운 제주로 늦봄살이를 떠났는데, 지금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굵은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35도의 뜨거운 여름입니다.

찔끔찔끔 더디게 오는 서울의 봄은 정말 감질맛 나더라는.
끝도 없는 유채꽃밭을 보고서야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뜨겁다 못해 따가운 햇살이 풀과 나무를 무성하게 만드는 것이겠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만 같아 두려울 때도,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어놓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대하며 기도하고 준비하며 보낸 시간들이, 어느 순간 두려움과 절망으로 바뀌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의 쉼은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잘 누리라고 복을 담아 건내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 그런 것이구나.'하였고, '고난이 유익이라'는 시편기자의 말씀을 묵상하며 홀로 있는 광야의 시간은 오롯이 하나님과 만나는 친밀한 경험이 되었고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충만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도, 사람들이 일터에서 열정적이고 분주한 매일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성경에서 가장 길다는 시편 119편처럼 내게 기다림의 시간이 왜 이렇게 긴 것인지, 그 중 71절의 고난의 말씀은 119편이 끝나는 176절까지도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아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아침, 교회 속장님께 말씀 문자를 받았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을 빠짐없이 말씀으로 노크하시는 전전 직장의 대표님께서도 아침 7시가 넘으니 말씀을 보내주셨습니다.


시편 60:1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를 버려 흩으셨고 분노하셨사오나
지금은 우리를 회복시키소서


언뜻보면, 나의 성향과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나는 지금 허송세월하며 시간을 버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생산적이지도 않은 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내가 얼마나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만드는 시간, 하나님과 친밀한 동행을 경험하는 시간, 하나님께서 나를 치유하고 회복하게 하시는 시간, 일상의 분주함이나 일의 성과로 나의 존재감을 확인받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님으로 더불어 기쁘고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다시 깨닫게 하십니다.


주일부터 토요일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으며 세 가지 일을 하며 보낼 때보다, 40시간을 잠도 자지 않고 일에 매달려 시간과 씨름하며 지낼 때 보다도 지금이 훨씬 더 시간을 아끼며 보내고 있는지 알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시는 매일, 회복과 치유로 나를 만지시는 은혜,

다시 한번 깨닫고 감사로 여는 문이 오늘도 열립니다.


Thank you, L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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