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상화원
대천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죽도라는 작은 섬이 나온다. 상화원은 죽도 안에 있는 한국식 전통정원이다. 홍상화 선생님이 조성한 섬인데, 2016년 민간에 개방되었다. 2016년 늦여름, 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방문했을 당시 좋았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 다시 한번 방문했다. 당시만 해도 오픈 직후라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몇 년 새 소문이 났는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입장료는 1인당 7천 원으로, 웬만한 관광지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인데, 상화원을 둘러보고 나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가격이다. 티켓값에는 상화원 관람 중 먹을 수 있는 미니 다과 값이 포함되어 있어 꽤 가성비 괜찮은 가격이다. 현재 상화원의 원장인 홍정완씨도 인터뷰에서 상화원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며, 수익보다는 상화원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화원(尙和園)은 이름 그대로 정원을 숭상하고 정원과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상화원은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이 정원의 설계자는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 컴퓨터를 국산화한 한국컴퓨터지주의 대표이신 홍상화씨다. 홍상화 선생님은 친구의 부탁으로 1973년 이 섬을 샀는데, 섬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988년 사업에서 물러나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하면서라고 한다. 실제로 홍상화 선생님은 사업 은퇴 이후 다작을 집필하셨는데, 1993-94년에는 조선일보에 ‘거품 시대’라는 세태소설을 연재하시기도 했다, 연재소설 집필을 위해 죽도에 머무르면서, 섬을 정원으로 가꾸기로 마음먹으셨다고 한다. 사실 이 땅은 간척지 사업으로 없어질 수도 있었고, IMF 당시 대규모 리조트 건설계획도 추진되었으나, 홍상화 선생님의 뜻으로 지금의 죽도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한다. 상화원을 관통하는 철학은 ‘자연 그대로’이다. 홍상화 선생님은 죽도의 자연 그대로를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죽도에 있던 나무 한그루, 돌 한 조각 하나까지 최대한 보전하는 방식으로 정원을 조성하였다. 또한 한국의 전통 보존을 위해 한옥 이건 및 복원을 통해 한옥 정원을 조성하였다. 자연과 한옥에 더불어 홍상화 선생님의 개인적인 취향들이 더해져 정원은 전통적이면서도 개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상화원의 특징 중 하나는 섬 전체를 잇는 긴 회랑이 있다는 점이다. 이 회랑은 2킬로에 달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긴 회랑이라고 한다. 섬을 하나로 묶어주는 회랑길은 비가 와도 정원을 구경을 할 수 있고, 남녀노소가 비교적 쉽게 정원을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준다. 또한 회랑 안쪽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걸려있어, 바다 풍경뿐만 아니라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원 조성 당시 회랑 완성에만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섬의 지형과 자연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길의 오르내림을 고려하여 계단을 설치하고, 기존 수목을 보존하면서 길을 내느라 회랑 바닥이나 천장에 구멍을 내어 회랑을 설치했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고자 했던 홍상화 선생님의 노력이 깃든 길이다. 회랑의 지붕은 한국 전통의 미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 나기도 한다. 얼핏 보면 동남아 휴양지 느낌도 나기도 하는데, 이질적이라기보다는 한국의 미와 잘 조화가 되면서 상화원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회랑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옆으로 해변 연못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정원의 미적 요소로 조성된 연못은 바다와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풍경을 보여준다. 회랑길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바다와 맞닿는 해변 테라스로 내려가는 길들이 나있다. 바다를 풍경삼아 독서도 하고, 글도 쓰는 곳으로 만들어둔 공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정원 곳곳에는 홍상화 선생님의 수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상화원의 하이라이트는 한옥 정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정원은 보존이 잘 안 되는 한옥을 구입해 이건 하고, 복원하여 조성된 정원이다. 한옥 정원에는 일반 평민이 사용하던 한옥부터 관리들이 사용하던 한옥까지 다양한 형태의 한옥들이 있다. 고창군 홍씨 가옥 안채, 홍성군 오홍천씨 가옥, 청양군 이대청 씨 가옥, 고창군 홍씨 가옥 문간채, 보령시 상시 가옥, 의곡당, 고창읍성 관청, 낙안읍성 동헌, 해미읍성 객사 등이 한옥 정원에 자리하고 있다. 쓰러져가던 한옥들이 대부분이었기에 한옥 구입은 큰돈이 들지 않았는데, 한옥 이건 비용에 오히려 몇 억씩 들어갔다고 한다. 한옥 자체가 주는 멋이 있는데, 한옥 뒤에 흐르는 폭포와 우거진 해송, 반대편에 드넓게 펼쳐친 바다 풍경, 그리고 아기자기한 정자와 연못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현재는 코로나로 폐쇄 중이지만, 이 한옥들은 정원 관람객들이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되어 왔다. 정말 한옥 안팎에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보통 한옥 관람을 가면 내부는 출입금지인 경우가 많은데, 다도의 공간으로 한옥을 오픈한 건 정말 대담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한옥 정원을 나와 회랑을 따라 걷다 보니 섬 한켠에 마련된 미니 분재와 선인장 정원이 나왔다. 선인장이 옹기종기 모여 서식하는 모습이 마치 미니 사막 같이 느껴졌는데, 정말로 이름이 ‘사막 & 분재 정원’이었다. 섬의 작은 구석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정성스레 관리를 하는 것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상화원 안에는 방갈로로 지어진 숙박시설도 있는데, 기회가 되면 며칠 머무르면서 상화원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한껏 느껴보고 싶다.
홍정완 원장 인터뷰 자료출처: https://www.lak.co.kr/m/greenn/view.php?id=64370&cid=64370
상화원: http://www.sanghwaw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