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4)
7월에 태어난 아경의 별자리는 <게자리>였다.
린다 굿맨의 <당신의 별자리>를 참고하면 게자리의 성격과 에너지는 다음과 같다.
그것은 아경이 부모에게 강요받은 것과 같았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더 많이 주어지는 의무와 책임.
그런데 아경은 누가 돌봐주는가.
그녀에게 마음을 써주는 이는 병든 어머니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어머니의 역할까지 아경의 몫이었다.
감기몸살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누워 있는 그녀가 들은 소리는 "괜찮아? 병원에 데려다 줄까?"가 아니었다. "그럼, 내 밥은 어쩔거야?"였다. 고열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아경은 집에서 부리는 종년에게도 그리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긋지긋했다. 어쩌면 그것은 아경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었다. 아경이 자꾸 챙겨주니 상대방은 점점 더 바라게 되니까 말이다. 아경은 그 고리를 끊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아경은 가족에게 벗어나기 위해 애썼고 더 이상의 가족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랬다.
아경도 단단한 껍질 속에 연약한 속살을 간직한 게처럼 쉽게 상처받고 껍질 속으로 숨었지만 아버지의 공격에는 피하지 않고 대들었다. 영악한 언니는 잽싸게 도망치며 그런 아경을 어리석다고 비웃었지만, 아경이 피하면 아버지의 공격이 누구를 향할 것인지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였다.
아경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5년이 지났지만 어머니를 자주 생각했다. 삶에 대한 열정이 사라질 때면 어머니를 위해 다시 힘을 내고는 했다.
아경은 사랑에 있어서도 그 사람을 선택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던 심사숙고 했다. 그렇지만 번번이 어린 시절의 불행한 기억이 가로막아 더 조심스럽게 만들고 불안하게 하고 결국 지치게 만들었다.
아경도 집안일보다는 회사일을 좋아했다. 퇴사한 이후에도 집안일은 정말 마지못해서 하고 있다.
아경은 명품백을 갖고 싶은 적이 없었다. 회사 선배가 아경도 나이가 많고 직급도 있으니 보는 눈을 생각해서 명품백 정도는 들고 중형차를 몰고 다녀야 한다고 넌지시 충고해 주었지만, 아경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수백만 원짜리 가방을 사느니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누군가는 가방을 사서 행복해지고 누군가는 여행의 경험으로 행복해지면 된 것이었다.
잘 버리지 못한다는 것도 맞았다. 아경은 언니가 주홍색 원피스를 버린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월급을 통째로 드렸다. 어머니를 위한 고가의 신약도 아깝지 않았다. 조카들에게도 자신은 비싸서 사입지도 못하는 옷과 신발 등등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언니가 아경에게 조카들에게 잘 하는 것에 대해 생색내지 말라며 뻔뻔한 속내를 드러낸 이후에는 아경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만약 아경이 결혼을 해서 남편과 자녀가 있었다면 그들에게 헌신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자신의 몸이조금씩 망가지는지도 모르고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아경은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비혼을 택했는지도 몰랐다.
아경은 웃고 말았다. 진짜였다. 아경은 월급 때문에 회사에 열심히 다녔다. 게자리는 자신이 일한 것에 대한 공정한 대가를 원한다는데 그것도 맞았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돈, 즉 월급 때문에 직장을 다닌다. 그러니 딱히 게자리만은 아닐 것이다.
이 부분에서 아경은 살짝 찔렸다. 하지만 게자리는 복수심을 남을 해치는 수단이 아닌 자신의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한단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증오는 아경에게 복수심을 불러왔지만, 어쩌면 그것 때문에 아경은 일찌감치 경제적 독립을 꿈꾸고 사회인으로서 자리 잡고 싶다는 목표를 가졌었다.
아경은 별자리도 사주팔자처럼 확률의 문제라고 인식했다. 근데 명리학과 별자리는 살짝 연결되어 있었다.
명리학에서 아경은 오행 중에 물 <수>다. 물에 영향을 미치는 행성은 <달>이다. 결국 동양이나 서양이나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변덕스러움이 그랬다.
사주팔자나 별자리나 지금까지의 그녀의 삶에 비추어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탐구하는 데는 유용하다고 인정했다.
도무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자신의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것은 MBTI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