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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그린 Oct 10. 2022

사주팔자II : 내 밖의 오행

건강관리(3)


아경이 명리학을 통해 얻은 또 하나의 깨우침은 이 세상에는 그녀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자신감을 얻고자 아경의 외모를 끝없이 비하하던 언니는 그녀와 상극인 화(火)였다.


언니에 비해 사이가 좋은 동생은 목(木), 취향이 비슷해서 잘 맞는 편인 조카는 금(金)이었다.  


아경의 절친 M은 토(土)의 기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었고, 다른 친구들은 아경과 같은 수(水)와 토(土)였다.


[출처] 명리 

이것은 <사주팔자1 : 내 안의 오행>에서 말했듯이 사람의 내면에도 오행이 존재하고 그 중에서도 태어난 날의 ‘하늘(천간)’ 해당하는 오행을 대표로 내세운 것이다.


어려서부터 아경은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라고 교육받았다.


자신에게 못되게 구는 사람에게 화를 내면 오히려 “너도 똑같은 인간이 된다. 그러지 말아라”는 꾸중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아경은 무슨 이런 개소리가 있는가 싶었다.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에게 똑같이 못되게 대하는 것이 당연한 건데, 어른들은 아경에게는 일방적으로 <착한 네가 참아라>라고 했다. 


아경은 그런 식으로 착한 아이가 되라고 강요받았다. 그것은 아이들이 싸우는 것이 보기 싫은 어른들이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아경을 억눌러서 상황을 강제로 종료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아경은 그 모든 것을 잊지 않았고 언젠가 때가 되면 <친절>은 <친절>로, <괴롭힘>은 <괴롭힘>으로 고스란히 되갚아 줄 것을 계획하는 속 좁은 아이였다. 마치 그녀의 이름, 자신 안의 거울로 반사하듯이 말이다. 


현실이 여의치 않으면 상상으로라도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소설의 시작일지도 몰랐다. 


성인이 된 아경은 세부류로 사람을 나누었다.  


<나와 맞는 사람>, <나와 맞지 않는 사람> 그리고 소시오패스 또는 사이코패스와 같은 <괴이한 사람>


<나와 맞는 사람>은 가까이 두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멀리하고 <괴이한 사람>은 살면서 맞닥뜨리지 않기를, 무조건 피할 수 있기를 간절히 신에게 기도했다. 


자신과 상대방의 사주는 <나와 맞는 사람>,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판단할 때 참고 정도로만 활용했다. 


명리학은 학문이며, 통계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경 자신의 경험과 판단이었다. 


아경이 인간관계에서 <쓰리 아웃>의 룰을 지켜나간 것은 오래되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참고 만나다가 점점 미워하고 결국 화를 내는 상황에 이르기 전에 거리를 두다가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경 자신이나 상대방에게나 좋은 선택이라고 믿었다. 


물론 아경을 마음대로 이용해 먹으려다가 손절당한 상대방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도 꽤 통쾌했다.


그리고 점점 나이가 드니 그 오랜 세월 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조금은 잘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아경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해 내면의 자아에게 물어보고는 했다. 


“나는 이 사람과 함께 하면 편안한가? 즐거운가? 행복한가?”라고 말이다. 


완벽하게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하지는 않다.


30년 지기인 M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고, 어쩔 때는 섭섭하다. 


그러나 까탈스럽고 예민한 아경에게 100점 만점에 70점을 상회하는 인간관계라면 반드시 지켜야만 했다.


아경은 누군가와 친구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만나자마자 죽고 못 사는 사이인 양 오버하는 이들에게 맞장구를 쳐주기는 하지만, 그렇게 쉽게 마음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아경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자신이 쓰는 소설 속의 인물처럼 파악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것이 실제 인간관계에서도 은근 도움이 되었다. 


소설을 쓸 때도 아경은 오행을 펼쳐놓고 고심했다. 다만, 현실과는 달리 소설은 더 극적인 효과를 위해 갈등을 가져오는 <상극>에 중점을 두는 것이 달랐다.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예를 들면 학교나 회사 같은 곳에서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피하는 것을 택했다. 


그것은 인간관계로 인한 아경의 스트레스를 한결 덜어주었고, 심리적으로 힐링의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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