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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스타쉔 May 05. 2020

도스토예프스키 단편 <백야><착한 영>

사랑의 속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도스토예프스키 단편 <백야> <착한 영>


이 책을 읽었던가 안 읽었던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결국 다시 첫 장을 넘기게 되었다.


나는 묘한 부끄러움과 함께 서글픔이 느껴졌다. 나는 그들처럼 갈 만한 별장도 없었지만, 이 도시를 떠날 만한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짐마차를 빌린 누군가가 날 부르면 금방이라도 따라나설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같이 가자고 손을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나라는 사람 따위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있어 나란 존재는, 그들의 삶과는 아무 관계없는 이방인인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나는 이방인이었다.


주인공은 타인을 관찰하는데 뛰어났지만 무리 속에 들어가지는 못한다.


러시아 문호의 작품을 보면, 물론 작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러시아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히, 강가를 배경으로 한 설정,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기쁨, 짧은 순간임에도 몇 날 며칠은 흐른듯한 시간 전개 묘사가 기억에 남는다.


 백야(원제:White Nights)는 남녀의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나스첸카, 말씀해 주세요. 어째서 그런 순간에는 영혼이 죄어드는 느낌이 드는 걸까요? 마치 어떤 마법에 걸린 것처럼 몽상가의 맥박이 빨라지고, 눈에서 눈물이 샘솟고, 눈물에 젖은 창백한 두 뺨이 달아오르면서, 그의 존재 전체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가득 차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사랑에 빠진 남녀, 온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사랑에 빠진 순간이 가고 나면 정말 누구보다도 비참할 것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아는 그들.
 
그들은 서로 각기 다른 방향을 보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누구에게도 잘못은 없다.
운명의 장난인가, 하늘의 뜻인가 알 길은 없지만 사랑의 방향은 서로를 보고 있지 않는다.
 

2005년도 미국에서 드라마화 되기도 한 작품 <백야>

출처 : https://m.imdb.com/title/tt0409480


<밀리의 서재>에서도 읽을 수 있는 <백야>


<백야>에서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애쓴 반면 <착한 영>에서는 그 사랑을 숨기고자 노력하는 이가 주인공이다. 전당포 주인 남자는 40대 초반의 불명예 퇴역한 군인(도스토예프스키의 아버지는 퇴역 군인이었고 작가는 러시안룰렛 자금을 대기 위해 평생 전당포를 들락거렸다)이라는 설정이 작가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힘과 권력을 쥐고 있는 듯 보이는 전당포 주인, 그는 한 여자를 죽도록 사랑하지만 결국 그 사랑을 표현하고 받는 방법을 몰라 사랑했던 아내를 자살에 이르게 한다.
참담한 것은 그의 그런 행동이-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던 행동- 오히려 그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가볍게 러시아의 대문호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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