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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스타쉔 Mar 30. 2021

100일간의 창업일기 Day 54 - 걷기

코로나 시대가 열리기 전에도 많이 걸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처럼 걸었다. 휴일에 조카와 함께 북촌한옥마을 데이트를 하기로 했는데 비가 온 후라 제법 쌀쌀했지만 그 덕분에 사람이 많이 없어 모처럼 한적한 일요일을 즐길 수 있었다.


모처럼 걸은 덕분인지 6 천보를 걸었는데도 과거 3만 보를 걸었던 때처럼 피곤이 몰려온다. 운동부족이라며 코로나 탓으로 돌려본다.



스무 살이 된 조카는 또래와 달리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작은 것들에 감탄하고 구경하는 사색꾼이다. 대개 말은 내가 많이 하는 덕분에 조카는 주로 듣는 편이고, 중간중간 추임새로 나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중 조카처럼 칭찬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스스로 겸손하면서 남을 칭찬하니 나 역시 그렇게 물들어간다.



걷기 덕분에 우리는 즐거웠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걷기 덕분에 밥맛도 돌고, 둘이 서로 속도를 맞춰가며 동행을 한다. 사실 조카의 발걸음이 나의 두배로 엄청 빠른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비 내린 후여서 자연이 머금은  물방울을 보며 감탄하고, 마치 과거 왕정시대 여인이 된 듯 차림을 하고 돌아다녔다.


"고모는 아는 것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설명을 해주니 조카가 금세 칭찬 한 마디를 던진다. 이곳에 여러 번 왔노라고 그래서 여기저기 호기심이 많아 하나씩 알게 되었다고 대답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둘렀던 덕분인지 우리는 어느 가게나 첫 손님이 되었고, 비 온 후 날씨 덕분에 마치 전세 놓은 듯 우리만의 공간과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손재주가 좋은 조카가 나에게 선물을 건네며 "이거 고모 드리려고 만들었어요~!"라고 빙긋 웃는다.


제법 어른스러운 조카가 조금 힘들었지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한 주간의 피로가 싹 가셨다.



싱글이라서 혈육의 정이 뭔지 아직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조카는 마치 딸 같은 느낌이다. 우리의 관계 덕분에 언니처럼, 친구처럼 걸으며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걷기 덕분에 오늘 하루 무척 친해졌다. 심장을 뛰게 하고 서로 호흡을 맞추게 하는 걷기는 어떤 관계에서나 필요해 보인다. 내일부터 또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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