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추운 겨울 10km 달리기하며 느낀 감정들

자신만의 행복에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

by 후이

2024년 마지막 마라톤 10km를 뛰기로 했다.


추위를 제일 싫어해서

겨울만 되면 겨울잠 자는 곰처럼, 병든 닭처럼 에너지가 전혀 없는 사람인데...


그래도 한 해 마무리를 잘 하기 위해서 큰 마음 먹고 한 번 해보기로 했다.

또 혼자가 아니라 남편과 같이 하니 없는 힘도 생기는 듯 하다.


그런데 마라톤 전 날 밤이랑 당일 새벽에 눈이 내려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 쌓인 곳도 있고,

얼어서 미끄럽고, 조금 녹은 곳은 질척거려

도저히 마라톤을 뛸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런 날 뛸 수 있을까?

걱정 반, 취소되길 바라는 마음 반으로

든든히 입고 행사장으로 갔다.


그런데 궂은 날씨는 아랑곳 않는 듯

여기저기서 몰려온 수많은 참가자들은 오히려 설레는 표정이다.

그리고 겉으로 느껴지는 기운만 봐도 열정 한가득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둬서 그런지 마라톤을 뛰는데 산타 복장을 한 참가자도 있고,

열정이 넘쳐 몸의 체온도 올랐는지 반팔 차림의 참가자도 있다.

동호회에서 나온 이들은 저마다의 동호회 이름이 새겨진 옷을 입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미 몸을 데우거나 응원이 한창이다.


오랜 달리기로 숨이 가쁠대로 가빠오는 힘든 여정을 앞둔 이들이 아니라,

마치 무슨 큰 축제를 앞둔 설레면서 즐거움이 가득찬 모습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 마라톤 축제를 즐기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편으로

취소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 못 해 남편 손에 이끌려 나온 내가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도 즐기고 있다.

이런 열정과 긍정적 에너지는 전염도 빠른가보다.

어느새 나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몸도 데우고

'야!' 기합도 넣어보면서 즐겁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 인증사진도 빼놓을 수 없지!

더군다나 눈이 온 뒤의 마라톤이라니~

눈이 언 바닥을 찍으면서

'나 이런 날 마라톤 10km 뛰었어!~' 인증할 것도 생각해본다 ^^


드디어 10km 참가자들의 출발!


'그래, 까짓껏 해보는 거지!' 하는 마음으로 발을 내밀고 뛰어본다.


여전히 언 곳은 미끄럽고, 눈이 녹은 곳은 질척거리지만 한 발 한 발 힘겹게!


그런데 열정이 넘치는 다른 참가자들은 미끄럽지도 질척거리지도 않는지

다들 잘 달린다.

심지어 나보다 뒤에서 출발한 이들이 다 '슝슝' 하고 앞서 나간다.


'아. 내가 따라잡는 사람은 없어 ㅠ.ㅠ'

'아니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 체력 내에서 할 수 있는대로 뛰면 돼!'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가빠오는 호흡을 정리하면서 계속 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나를 앞서가지만

남편이 든든히 옆에서 함께 하기에!


사실 오래 달리기를 하면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안 나지만

이 날은

'이들의 열정이 무엇일까?'

'이들은 무엇이 그렇게 즐거울까?

하는 꼬리에 꼬리는 무는 생각에 가득차 달렸다.


그러다가 조금 지나니

'나도 이런 열정 가득한 긍정적 에너지를 뿜는 무리 속에 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도 든다.


5km 반환점을 지나 점점 힘겨워진다.

다리는 무겁고 호흡은 여전히 가쁘고

도착지점은 끝도 없이 먼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추운 겨울이 무색하게 열정 가득한 이들처럼

나도 나의 한계를 넘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본다.


7km를 넘어 8km

이제 1km 남은 9km 지점이다.

9km까지 뛰다니!

'지금까지 뛴 것처럼 남은 1km도 할 수 있어!!'


이를 악물어도 보고, 생각 없이 무념무상으로도 뛰어보고

점점 도착지점을 향해 간다.


드디어 도착선!

조금 앞서 도착한 남편 품에 와락 안겨서 그냥 울어버렸다.

'엉엉'


이게 무슨 감정이지?

이 추운날 고생한 서러움?

한계를 극복하며 성취한 뜨거운 눈물?


역시나 기록은 지금까지 중 최저이다.

그렇지만 한 해가 가기 전 10km 마라톤을 하며

올해를 잘 마무리한 것 같아 뿌듯하다.

더군다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두 가지,

추위와 가쁜 호흡을 극복하며 이뤄냈다니!!!


어려움을 극복했으니 자존감도 한 뼘 정도는 커졌겠지!

기대를 해본다.


그리고 추위와 체력의 한계는 아랑곳 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행복을 찾는 이들의 자세도

깊이 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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