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이 Dec 16. 2024

6.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어

서른 중반이 되서야 깨달은 진리

K장녀, 착한 아이 컴플렉스 등의 말처럼

거절을 잘 못하고 모두에게 친절해야 하는 성격의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인데, 

모두에게 친절해야 했고

거절은 않고

항상 'YES' 해야 했다.

내 사정보다 남의 사정이 더 중요했다. 


그래야만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

좋은 사람보다는 일명 '나이스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이면을 보면

자존감이 낮기에 누군가에게 미움 받을 용기가 없는 것이었다. 


내가 거절하거나 불친절하면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내 감정보다는 타인의 감정이 우선인 채로 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런 잘못된 생각과 마인드를 깨우쳐 준 사건이 있었는데,


서른 중반이 되어 들어간 새 직장에서

약 10살이나 어린 입사 동기의

'모두가 날 좋아할 필요는 없어' 라는 말 때문이었다.

약간 성격이 강해서 호불호가 있는 친구였는데,

평소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하지 않아야지' 이런 마음을 갖곤 했었다.

그런데 그녀의 이 말을 듣고나서는

'아.. 그래서 평소에 그녀가 그렇게 행동해도 당당했구나!' 하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깨달음이 있었다.


누가 자신을 싫어하든, 미워하든, 뒤에서 욕을 하든

그건 그 사람의 감정일 뿐

본인에게는 전혀 타격이 없는 것이다. 


사실 

'모두가 날 좋아할 필요는 없어' 이 말은 

인간관계 법칙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데도 

나는 나이 서른이 넘어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남편에게서도 많이 배웠다. 

사실 친정엄마는 남편을 그닥 탐탁치 않게 여기신다. 물론 잘해주시기는 하지만...

언젠가 남편에게

'엄마가 자기한테 그런 감정 있는 거 알았어?'

하고 물으니 

'당연히 알고 있지. 그렇지만 그건 어머니 감정일 뿐, 

난 나 하던대로 하면 되지'

라며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게 아닌가!!


나 같으면 

'내가 얼마나 잘 했는데, 어떻게 그 사람이 나를 미워할 수 있지?'

라며 길길이 날뛰고 화를 내면서도

또 어떻게 그 사람한테 잘 보일 수 있을까 하며

내 행동을 고치려 했을 텐데, 

너무나 다른 반응이었다. 


상대의 감정까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으니,

나를 미워하든 싫어하든 그건 상대 마음일 뿐,

나는 내가 가진 기준, 내가 옳다고 하는 것을 하면 된다는 

참 쿨하면서도 가히 자존감이 높은 마음가짐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는지,

그러면서 내 감정은 살피지 않고 타인의 감정만 살폈는지,

내 자신이 너무 불쌍했다. 


이후론 나는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욕을 먹더라도 때로는 일부러 못된 사람이 되려고 할 정도로 내가 우선이다. 


지금도 생각나는데

초등학교 1학년 학예회 연극에서

모두가 주인공을 맡고 싶어하는 상황이라,

내가 허름한 옷을 입은 엑스트라 중 하나를 자처했다.

그 때 당시 선생님의 '00는 참 착하구나~'

이 말이 아직도 귀에 선명하게 들린다. 

그 땐 그게 칭찬인 줄 알았다. 


다들 아시겠지만 과거에는 한국 사회에서 '착하다'가 칭찬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이상 아니다. 

'착하다'는 정말 '너는 나의 말을 잘 들어주고 부탁도 잘 들어주는구나'

의 의미로, 나쁘게 말하면 남의 기준에 맞게 자신의 것은 주장도 못하는 호구 같은 사람이다. 


또한 나는 모태신앙이라 

늘 겸손, 희생 이런 개념에 갇혀 살았다.


사실 성경에서도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라며

바보 같이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됨을 가르쳐준다. 


그런데 타인을 위해 살고 겸손, 희생에만 초점이 맞춰 있다보니,

뱀 같이 지혜로울 줄 몰랐다.

어리석을 정도로 남이 더 중요하고, 

나는 돌보지 않고 남의 눈치만 봤다. 

이러니 자존감 따위가 있을 수가...


늦게라도 이런 진리를 깨달았으니, 

더 이상 남이 중심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어

자존감 높은 삶을 살아보려 한다!

그렇지만 너무 이기적이지는 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