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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 Dec 10. 2024

5. 좋아하는 것이 늘어난다는 의미

힘들 때 일어설 수 있는 자산

나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무색무취' 네 글자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자리에서도 눈에 띄지 않고 존재감이 없으며

특별히 잘하는 것이나

딱히 좋아하는 게 없는 사람이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찾아보라는

도무지 크게 흥미 있는 것들도, 딱히 잘하는 것도 없어서,

나를 알아 가는 작업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

조금씩 좋아하거나

취향이라는 게 생기는 듯하다.


특히 최근 들어 좋아하는 것을 들자면,


주말 느지막이 일어나 가는 동네 낮은 산!

데크가 깔려 있고 높지 않아서 등산이라기보다 산행이라고 할 정도이지만,

그래서 육체적으로 크게 힘들지 않고

또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 너무너무 좋다!


요즘은 나이가 들었는지 더더욱 산이 좋은데,

출퇴근하느라 고된 평일을 산에 가는 주말만 기다리며 견딜 정도이다!


그리고 특히 좋아하는 코스로 올라갔다 내려온 뒤의

상쾌함이란~!

데크가 정비되어 있어서 가기 쉽고

또 좋아하는 길로 가면 더 예쁘게 느껴지는 주변 정경까지~

힐링이 따로 없다.


좋아하는 코스로 내려오면 또 들려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좋아하는 카페!

여기에서도 또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좋아하는 메뉴를 시키면

일주일의 고단함이 싹 사라진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고 커피맛도 '와~'할 정도는 아니며

요즘 예쁘다 하는 수많은 카페 중에서도

평범한 곳이라 할 수 있는데,

왜 그런지 좋다.

좋아하는 주말의 일상 중 한 부분이라 그런지,

아니면 처음부터 마음을 뺏겨서 계속 그 첫 만남의 좋은 기분이 있어서이지는 모르겠다.


커피 한 잔에 남편과 밀린 이야기를 한 다음엔 다시 동네로 걸어오면

점심쯤이다.


그러면 또 작고 어떻게 보면 허름하지만

너무너무 풍성하고 건강한 재료를 쓰고

거기에 더해 저렴하고 맛있는 보리밥 맛집으로 향한다.


한 끼 잘 먹고

배부르지만 기분 나쁜 배부름이 아닌 건강한 맛을 먹고 난 상쾌한 기분을 가진 다음엔


다시 조금 걸어 동네 작은 도서관으로 간다.

그리고선 곧장 신간 코너로 가서

소설보다는 가벼운 에세이나

흥미를 끄는 문화, 역사, 정치 분야 책을

욕심내 가득 꺼내 읽는다.

목차를 보고 구미가 당기는 부분을 한 2~3시간 읽고 나서는

특히 계속 읽고 싶은 책은 빌린 뒤

도서관 문을 나선다.


그리고선 도서관 옆 공원으로 가서

몇 주 뒤로 다가온 마라톤 10km 대비를 위해

달리기 연습을 조금 한다.

나에게 운동 DNA는 없지만 달리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지난주 2바퀴 뛰었으면

이번 주는 4~5바퀴는 힘들지 않을 정도로 금방 체력이 느는 게 느껴지는 운동이다.

그래서 아직 오래 달리기(겨우 10km 정도 뛰는 것이므로 마라톤이라고 하기엔 민망하고

그냥 오래 달리기)의 묘미를 크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보고 장기적인 취미로 들이려 한다.


이렇게 땀을 흘린 다음에 집에 들리기 전 마지막 코스인

시장에 들러 주말 동안 먹을 먹거리를 저렴히 사 오거나

얼마 전 생긴 동네 조그만 건강 빵집으로 향한다.

몇 번 갔더니 빵집 사장님이 아시고 서비스도 챙겨주시고

잘 알지는 못하지만 빵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얘기하다 문을 나선다.


이렇게 토요일 하루 좋아하는 것들만 하면서

보내면 괜히 뭔가 뿌듯하다!


무색무취의 내게도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나며

나만의 취향이라는 게 생긴 것 같은 뿌듯함이라고 할까?

이런 뿌듯함이 또 궁극적으로는 자존감으로 연결되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늘어나면

힘들고 어려울 때

이것들을 생각하면서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고난을 극복하며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글을 쓰는 지금은 일주일의 한가운데도 못 간 화요일이지만...

글을 쓰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니

바로 또 금요일까지 견딜 힘이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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