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내가 커피를 끊은 이유

취향의 차이가 자존감의 높고 낮음을 의미하지는 않아

by 후이

몇 주 전 글에서 내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에 대해 글을 쓰면서

커피는 내게 자존감을 높여주는 존재라고 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데,

나보다 잘난 누군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추종하면서 얻는 거짓 자존감이었다.


이런 나의 잘못된 추종에 대한 유혹을 그대로 느꼈던 누군가가 또 있었다.

바로 배우 주지훈인데, 얼마 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주지훈 :


예를 들면 내가 한식을 좋아한다고 해볼게요.

그럼 '나는 한식이 좋아'하면 되는데

나보다 너무 잘나고 훌륭한 사람들이

너무 근사한 프렌치, 이탈리안을 먹으면

왠지 나도 꼭 저걸 먹어야 될 것 같고

저걸 먹어야만 훌륭할 것 같고

그런 유혹이 예전에 엄청 많았어요.

그런데 그러지 말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를 타인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잘해가자는 생각을 해요.

내가 a를 좋아하는데 모두가 b를 좋아한다고 해서 속을 필요가 없다는 거죠.

휘둘리지 말자.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 하자.

그래도 충분히 너무 행복하거든요.



또 요즘 유튜브에서 나이 듦에 대해 얘기하는 밀라논나 님도

최근 출근한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남을 흉내 내기보다 내가 편해야지요.

내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하지요.

내 에너지를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에 쓰라고 권하고 싶어요.

남들이 하는 것, 사는 것, 먹는 것을 따르지 말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에 귀 기울여보세요.

외부 환경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 집중하다 보면 자기 취향이 생길 거예요.



주지훈 님의 인터뷰에서 '프렌치, 이탈리안'을 '커피'로 바꾸면 딱 내 상황이다.

그리고 밀라논나 님의 말처럼 나는 속도 편하지 않는데 커피를 마시며 남을 흉내 낸 것이다.


멋진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니

나도 커피를 마시면 마치 그렇게 될 것 같은 생각에

몸에도 맞지 않는데 억지로 따라 마셨다니...

그러면서 얻은 자존감은

너무나 얄팍한, 그래서 조금만 문제라도 생기면

금방 사라져 버리는 거짓 자존감이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커피를 끊은 지 약 한 달이 돼 간다.

커피를 끊은 이유는

물론 몸에서도 안 좋은 반응이 일어나서이기도 하지만,

이런 얄팍한 자존감을 얻고 싶지 않다는

일말의 자존심도 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내 나이 마흔을 넘고, 이제 쉰으로 달려가는 마당에

여전히 다 성장하지 못한 미성숙한 소녀처럼

누군가를 이유 없이 따라 하기만 한다니...

왜 이렇게 나는 미성숙할까?

하는 자괴감도 있었다.


그런데 괜찮다.

그런 미성숙함을 깨닫고 방향을 틀었으니

그걸로 족하고 성장한 것이다.


이제 그런 얄팍하고 바람이 불면 쉽게 날아가버리는 거짓 자존감이 아니라,

진정 내가 경험하고 내가 극복해 내면서 얻은 탄탄한 자존감을 가져보려 한다.


커피를 끊으면서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속이 편해진 건 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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